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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Jan 31. 2021

자가격리 중 맞이한 첫 주말.

자가격리 6일 차.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오전 9시 55분에 설정된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요즘 아이들을 재우고 밤에는 잠이 잘 안 와서 보통 새벽 두 시 정도에 자니 아침에 늘 이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뜨곤 한다. 눈을 뜨자마자 잠들어 있는 아이의 체온을 측정해 자가격리 앱에 기록을 했다. 아이는 다행히 정상체온이었다.


  아직도 인터넷 장을 못 봤고 만들어 놓은 밑반찬이 거의 바닥나서 오늘은 콩나물 국. 콩나물 무침. 멸치볶음. 진미채 볶음을 하고 냉동실에 있던 가자미를 바삭하게 구워 아침을 오랜만에 맛있게 차려서 먹였다. 큰 아이는 역시나 방에서 따로 밥을 먹고 있다. 나름 식판에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이것저것 담아  귤과 함께 맛있게 먹으라고 건넸지만 큰 아이는 혼자서 밥을 먹는 게 너무 싫은지 예전과는 다르게 좀체 잘 먹지를 않고 있다. 원래는 앉은자리에서 한 그릇 뚝딱하는 먹보였는데... 그때가 그립다.


 아침을 먹고 나서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큰 아이는 블록을 가지고 놀더니 멋진 블록 집을 만들었다. 요즘 밖에 나가질 못하니 늘 블록놀이. 미술놀이. 책 읽기. 한글이나 숫자. 한자를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토요일이어서인지 다행히 오늘은 남편의 핸드폰이 울리지 않고 조용하다. 남편은 업무에 연말정산 자료 준비에 지난 5일 동안의 피로가 갑자기 몰렸는지 아점을 먹고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면서 낮잠이 들었다.

남편처럼 나도 좀 쉬려면 아이들에게 TV를 한 두 시간 보여줘야 할 것 같고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려면 내가 못 쉴 것 같은데... 내적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내 몸이 좀 피곤해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 모두 요즘 마법천자문에 빠져 있어서인지 주인공 손오공처럼 풍선을 길쭉하게 만들어서 꼬리처럼 달고 다니고 싶다고 했다. 만들어주니 진짜 꼬리처럼 몇 시간을 엉덩이에 달고 다니며 놀았다.

 놀이 후에 아이들과 좀 출출해서 냉동실에 있는 핫도그를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같이 먹었더니 벌써 오후 5시였다.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다 되었다.

오늘까지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않고 잘 견뎌줘서 너무 고마웠다.  내일은 제발 우리 동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추가로 나왔다는 안전문자를 받고 싶지 않다. 부디 내일이 평화로운 일요일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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