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생활을 하면서 낮에는 바쁘게 아이들 먹일 식사 준비를 하고 같이 놀고 책을 읽고 하다 보면 안 좋은 잡생각이 잘 안 들지만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밤이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불쑥불쑥 올라오곤 한다.
우리 가족의 미묘한 건강상태의 변화도 나의 불안감을 점점 더 커지게 한다. 그래서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을 일기로 쓰며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
하지만 나도 어제는 몸이 많이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들어서 오늘 이틀 치 일기를 몰아서 쓰고 있다.
자가격리 기간 중에도 전업주부인 나에게 아침 준비는 계속된다. 집에만 있으니 돌아서만 밥. 돌아서면 밥을 만들고 있다.
딱히 바쁜 것도 아닌데 아이들과 같이 있다 보니 핸드폰을 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인터넷 장보기를 아직 못했더니 아침식사메뉴들이 단출하다.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들이기에 나름 식단을 균형 있게 짜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먹는 양을 보려고 식판에 밥과 국. 반찬을 담아주고 있다.
큰 아이가 오늘은 블록을 또 다르게 만들었다.
나는 여자여서 그런지 설명서를 보고 만드는 레고는 잘 만드는 편인데 설명서 없이 만들때는 큰 아이를 따라갈 수가 없다. 아이는 단순한 블록으로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팽이 등을 만들며 집 밖에 못 나가는 답답함을 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오늘은 내가 뭐라도 바쁘게 해야 하는 하루였다.
자가격리 생활로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이 극에 달했다.
나는 평소에도 집순이 스타일이 아니어서인지 이 생활을 견디기가 매우 힘들다.
그리고 이제 4일 정도만 더 버티면 되는데 혹여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바뀌면 어떻게 하나 너무 걱정이 되어서 오늘은 나를 위해서라도 바쁘게 뭔가를 꼭 해야 하는 하루였다.
그래서 아이들을 따로 떨어뜨려 앉히고 조물조물 클레이 놀이를 했다. 아이들과 한 시간 넘게 클레이 놀이를 했더니 알록달록한 동물친구들을 여럿 만들 수 있었고 손으로 조몰락조몰락 계속 만지니 내 마음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글라스데코도 꺼내서 같이 해 보았다.
큰 아이는 성격대로 꼼꼼하게 여러 색깔을 써가며 예쁘게 작품을 완성했다.
반면 둘째 아이는 여자아이인데도 터프하고도 과감하게 색을 마구 섞고 마구 짜서 내가 옆에서 수정해주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아롱이다롱이라고 우리 아이들도 아들이 오히려 성격이 여자같이 다정하고 섬세하고 딸은 돌잡이에서 축구공을 잡은 탓인지 와일드한 톰보이 같아 하루하루 놀랄 일이 많다.
오늘 저녁은 지난 주말 남편이 끓여놓은 김치찌개와
남편이 재어놓은 오삼불고기로 밥을 먹었다.
남편도 평일에 과도한 업무에 자가격리 생활에 많이 지쳤을 텐데 지친 나를 위해 찌개와 오삼불고기를 재어주니 내가 표현은 못 했지만 속으론 많이 고마웠다.
오늘이 1월 25일 월요일이니이제 나흘만 더 있으면 자가격리 해제날이다. 물론 목요일에 재검사라는 큰 산이 아직 하나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자가격리 생활을 일주일 넘게 해 보니 지난주에 내가 허리도 아프고 힘들어서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낸 게 너무 후회되고 미안했다. 엄마로서 두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게 너무나 미안했고 아픈 허리가 너무나 야속했다.
그래서 이번 주 목요일에 하는 재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도 당분간은 아이 둘 다 집에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코로나 자가격리생활도 이제 조금씩 끝이 보이니 참 다행이다. 터널을 통과할 때 밖의 조그마한 빛줄기라도 보이면 반갑듯이 지금 아주 희미하지만 약한 빛줄기가 나에게도 내리는 거 같다. 이제 4일만 더 지나고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다시 밖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어서 그나마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