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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Jan 31. 2021

그리운 졸업식 풍경.

자가격리 9일 차.

 큰 아이는 오늘 아침 11시 반이 넘도록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아침 10시에 체온을 쟀을 때만 해도 정상체온이어서 안심했었는데...

'오늘 어디 아픈가? 아니면 몸살 기운이 있나?' 하는  걱정이 되었다. 아이는 깨워도 깨워도 자고만 싶다고 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말은 잘 못해도 자가격리 스트레스가 쌓여서 잠으로 푸는 건가?' 하는 걱정이 되었지만 잠시 후에 아이는 ''엄마 일어날게''라고 말해서 겨우 안심이 되었다.

자가격리의 하루하루는 마치 살얼음 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 메뉴는 냉장고 속의 터줏대감인 떡과 만두를 넣고 떡만둣국을 끓였다. 우리 큰 아이가 특히나 좋아하는 떡만둣국.

뜨끈하게 끓여 김까지 싹둑싹둑 썰어서 무김치에  갖다 주었지만 아이는 입맛이 많이 없는지 먹는 둥 마는 둥 40분이 넘도록 겨우 한 두 숟가락을 떠먹고는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했다. 엄마인 나의 마음도 한없이 가라앉는다.


 어제 큰 아이의 어린이집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서울시에서 공문이 내려와서 이번 주 목요일에 아이와 부모님 중 한 분이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아서 원에 음성 확인 문자를 담임선생님께 제출해야지만 다시 등원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어차피 우리 가족은 큰 아이. 작은 아이. 나와 남편 모두 코로나 재검사를 받을 생각이었다.

 예전부터 나는 남편한테 국민 모두가 코로나 검사를 받는 건 무리이니 1가구당 1명이 대표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러면 미리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낼 수도 있고

안 좋은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뉴스에서 지방 중에서 포항시가 처음으로 1가구당 1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뒤이어 광주시가 뒤이어 서울시에서도 이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니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확진자의 가족 간의 감염률이 24%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영유아들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1가구당  1명이 대표로 검사를 해서 음성이 확인된 아이들만 긴급 돌봄을 한다면 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엄마들도 조금이나마 안심이 될 것 같다.


 나도 이번 주 자가격리가 끝나도 다음 주부터 당장 아이들을 원에 보내지는 않겠지만 설 연휴가 지난 그다음 주 18일에 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졸업식이 있기에 그날만큼은 잠깐이라도 참석해서 친구들. 선생님에게 그동안 재미있었고 감사했다는 인사라도 나누게 하고 싶은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다.


 코로나라는 지독한 녀석 때문에 예전처럼 여러 가족들이 모여 졸업식. 입학식에 참석해 사진도 찍고 꽃다발도 건네지 못하는 현실을 보니 예전이 참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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