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소녀 Jan 31. 2021

''고맙다. 마법천자문!''

자가격리 4일 차.

 전화벨 소리에 갑자기 잠에서 깼다.

자가격리 앱을 깐 후 전화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자가격리 앱이 에러가 나서 자가격리 이탈이라고 떠서 전화가 왔나?' 하는 걱정을 하며 전화를 받았지만 다행히 담당공무원의 전화는 아니었다.


 전화를 끊고 세수를 재빨리 하고 아침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가격리를 한 후 경황이 없어서 아직 인터넷 장보기를 못해서 집에 있는 식재료로 후딱 아침 겸 점심을 차려서 먹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 워낙 활동량이 없어서 요즘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이른 저녁을 먹고 있다.


 자가격리 이전에는 아이  아토피가 있어서 거의 집밥을 해 먹였었는데 지금은 2.3일에 한 번 꼴로 저녁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있다.

지금은 온종일 두 아이를 봐야 하고 남편도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기에 내가 두 아이를 보려면 음식을 만들거나 살림을 좀 내려놓아야 했다. 


  여기저기서 전화도 오고 집안일을 최대한 줄인다고 줄였어도 기본적인 식사 준비, 빨래, 집 청소,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다 보면 생각보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시간이 많이 없어서 많이 미안했다.


 큰 아이가 표현은 안 했지만 가끔 멍하니 있거나 ''엄마, 내가 코로나 묻혀와서 미안해. 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하는 말을 들으니 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ㅠㅠ

아이 잘못이 아닌데... 아이한테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살림은 잠시 미뤄두고 아이들과 블록놀이도 하고 보드게임도 했다.


 아이와  시간 정도 같이 놀고 살림을 해야 했기에 TV를 좀 보여 주었다. 예전엔 TV를 한 시간 이내로 보여주었다면 지금은 온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TV 시청시간이 2배 정도로 늘어났다.


 큰 아이가 올해 8살이 되었기에 한글과 수학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아직 한글은 다 못 떼서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마치 로봇이 읽듯이 부자연스럽게 책을 읽는다.

엄마 마음에는 아이에게 부족한 한글 공부를 더 하고 싶지만 아이는 영 흥미가 없는 것 같아 어느 날 한자를 재미로  한두 개 정도 알려주었다. 그런데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관심을 보이며 재미있어해서 요즘 하루에 한자를 1.2 글자씩 배우고 있다.

그래서 조카가 보라고 물려준 마법천자문 만화책을

같이 보았더니 마치 손으로 장풍을 쏘는 자세를 취하며 ''바람 풍! 불 화!''이러면서 신~나게 한자를 외쳤다. 둘째 아이뜻도 모르고 오빠를 따라 덩달아 하루 종일 ''바람풍!!!''을 외치고 있다. 그래서 TV 아이가 좋아하는 마법천자문 만화를 보여주니 자가격리의 힘듬을 잠시 잊은 듯 아이들이 즐거워 보여 마음이 조금 놓였다.


 오늘 자가격리 앱을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가 떠서 업데이트를 했는데 뭔가 오류가 났는지 담당공무원이 여러 번 전화를 주셨다. 내가 자가격리 장소 이탈했냐물어보셨다. 심지어 밤 열 시 반에도 전화를 주셔서 깜짝 놀랐다. 자가격리 장소 이탈했냐고 여쭤보셨다. 난 집에서 누워서 미스 트롯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업데이트를 한 이후로 뭔가 계속 오류가 나는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전화를 주신 걸 보니 퇴근을 해도 업무의 연장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아이들과 어떤 하루를 보낼지...

아이들이 자가격리기간이 끝날 때까지 오늘처럼만 잘 놀고 안 아프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볼펜은 버리셔도 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