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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Jan 31. 2021

다시 스위트홈.(Sweet Home)

자가격리 마지막 날.

 *이 글에는 넷플릭스 스위트홈의 줄거리와 스포가 조금 있으므로 스위트홈을 안 보시는 분들은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작년 말 Netflix에 출시된 스위트홈(Sweet Home)은 전 세계적으로 빅히트를 쳤다. 나도 남편과 첫 화를 본 이후로 너무 푹 빠져들어 밤을 새워 다 볼 정도로 멈출 수가 없었다.


 오늘 우리 가족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오고 자가격리 해제가  이제  분도 채 남지 않아 다시 예전처럼 스위트홈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아이들과 마음 편하게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따뜻한 수프를 먹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이번에 자가격리를 하면서 넷플릭스의 스위트홈(Sweet Home) 코로나가 종종 오버랩이 되었다.

스위트홈의 첫 장면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아파트에 갇혀 고립이 되고 만다. 그리고 아파트 외부에 있는 괴물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공격을 갑자기 받기도 하고 아파트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괴물화가 진행이 되어 다른 방에 따로 격리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괴물화가 진행이 되었지만 본인의 욕망과 꾸준히 잘 싸워 나름 본인을 잘 컨트롤하며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부산행''이나 ''감기''와 같은 전 영화들과는 다르게 스위트홈에서는 인간의 내재된 욕망이 표출되어 인간의 괴물화가 진행이 되고 평소에 되고 싶었던 모습으로 변한다.

예를 들어 근육질의 몸을 갖고 싶었던 사람은 근육맨으로, 아이를 놓친 아픔이 있는 사람은 팔이 아주 긴 사람으로 변했다. 하지만 괴물로 변한 사람이 늘 나쁘게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아주머니는 아기를 다시 잉태한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정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

언제 어디서 욕망이 앞서 괴물화가 진행이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불안해하기도 하고, 냉정하게 판단하기도 하고, 서로 용기를 주기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괴물화가 진행이 되어도 보름만 버티면 괴물이 되어도 살 수 있기에 살기 위해 벽에 正자를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인물도 등장한다.


 우리 가족도 스위트홈의 사람들처럼 하루아침에 코로나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어 좁은 19평 아파트에서 14일을 갇혀 지냈다.

안방 하나에 거실. 부엌. 화장실. 베란다가 있는 구조.

말이 자가격리지  아이를 하루 종일 안방에 두기도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었으며 나머지 가족들도 온종일 좁은 집에만 갇혀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큰 아이의 처음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어도 아이 어린이집에서만 확진자가 7명이나 나왔기에 언제든지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좋게 생각해 보려고도 애썼지만 가끔 내 마음속의 불안감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마다 어른인 나조차도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버거워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거나 화가 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복기가 최대 14일이니 자가격리 첫날  커다란 달력에 자가격리 해제일을 크게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해 놓고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달력에 X자 표시를 해가며 앞으로 남은 날짜를 새곤 했었다.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기 전에는 자가격리 생활이 이렇게 고될 줄은 몰랐다. 예전에는 2주간 외출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게 힘들 줄 알았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언제든지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을 깔고 생활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제일 첫 번째 바람은 온 가족이 모두 재검사를 했을 때 음성 판정을 받는 것이었고

그다음은 아이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 내가 생활치료센터에 같이 들어갈 테니 둘째 아이는 남편이 회사도 출근도 못하고 봐야 하는데...

혹시 가족이다 보니 나랑 남편마저 양성 판정이 나오면 우리 둘째는 어떻게 하나? 하는 여러 변수들을 생각해보며 너무 걱정이 되었다.


 자가격리기간 동안 는 핸드폰 알람 소리보다 남편의 전화통화소리에 눈을 뜨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큰 아이의  자가격리로 혹시 몰라서 남편이 회사에 무급휴가를 신청하고 집에 머물렀는데남편은 영업사원이기에 집에서도 쉬지 않고 핸드폰 전화벨은 울려댔고 업무는 퇴근시간이 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침마다 아이 둘에게 먹일 음식을 주방에서 부지런히 만들어 내느라 분주했었다.

보건소에서는 8살짜리  아이를 방에서 혼자 식사하고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제 겨우 38개월밖에 안 된  둘째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방에 격리된 오빠와 같이 놀려고 계속 방에 들어가려고 하였다.

혼자 방에서 밥을 먹게 된 아들은 입맛이 없는지 밥 한 숟가락 뜨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지...

이 모든 상황이 내가 감당하기 버거웠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매일매일 일기를 쓰며 내 마음속에  쓰러져 있는 나를 다독이며 일으켜 세우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14일이라는 시간은 흘렀고 드디어 낮 12시가 되면 집 밖에 나갈 수가 있다.


스위트홈이 시즌2를 예고하고 끝난 것처럼 비록 우리 가족의 자가격리가 끝나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일상을 조금 더 감사해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에 확진을 받은 분들도 이  바이러스로  희생당한 피해자분들인데 이분들이 퇴원을 해도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

나도 지금은 안 다니지만 작년에 실내체육시설에 운동을 하러 잠깐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내가 탄 셔틀버스 운전기사님이 감염경로 불명인 채로 코로나에 걸려서 치료를 받고 나오셨다. 예전에는 늘 회원들로 가득 차 버스에 앉을자리가 많이 없었는데 기사님이 퇴원하고 다시 나오셨을 때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버스에 타서 버스가 거의 텅텅 빈 채로 운행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씁쓸했었다. 


 비록 백신이 개발되었을지라도 아직 부작용도 있고 전 국민이 접종을 다 받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올해에도 코로나로 일상생활이 좀 불편하고 여러 희생이 따르겠지만 언젠가는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끝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예전보다는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조금만 더 인내하며 희망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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