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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소녀 Mar 06. 2021

압력밥솥아,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해!

압력밥솥에 밥 짓기 도전!

<다크 워터스>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머릿속은 매우 복잡해졌다. 우리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 때 스테인리스 프라이팬과 냄비만 사용해 보려고 노력했다.


계란 프라이 하나라도 해 먹으려면 스텐 팬을 예열해야 해서 조금은 번거로웠지만 매일매일 스텐 팬을 사용하자 어느덧 손에 많이 익게 되었다. 이제는 계란 프라이도 부침개도 스텐 팬 하나만 있으면 겉은 아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도 맛있게 척척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밥을 하려고 보니  '전기압력밥솥의 내솥도 코팅이 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구입한 후 몇 년째 계속 사용을 해서인지 여기저기 코팅이 벗겨진 것처럼 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전기압력밥솥의 내솥도 밥알이 눌어붙지 않게 코팅이 되어있어서 코팅이 벗겨지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나온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서 내솥을 새로 사려고 알아보니 내하나의 가격이 7만 원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 내솥을 새로 사기보다는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압력밥솥을 써보려고 꺼내보았다. 압력밥솥은 가끔 삼계탕이나 보쌈을 할 때만 사용을 했었다.


결혼 전에 친정엄마가 압력솥에 밥을 하시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압력솥의 추가 돌기 시작하면 조금 있다가 약불로 줄이시고 뜸을 들이셨다. 뜸을 다 들이고 압력솥의 뚜껑을 열면 맛있는 밥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을 했었다. 압력밥솥에 갓 지은 밥의 맛은 진짜 꿀맛이었다!!! 하지만 내가 압력솥에 밥을 지었을 때 그 맛을 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혹시나 불 조절을 잘 못해서 밥을 다 태울까 봐 걱정이 되었고  혹시나 뚜껑을 잘 못 닫아서 폭발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결혼해서는 압력솥에 밥을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내가 좀 겁이 많은 스타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압력솥에 밥을 해 먹어 보기로 결심했다.

압력밥솥도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어서 먼저 키친타월에 기름을 묻혀 닦아보았다. 살짝 검은 가루가 묻어나서 베이킹소다로 다시 씻은 후에 물을 넣고 식초를 부어 팔팔 끓였다.(스테인리스 제품들은 사용 전에 연마제를 제거하는 세척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 나서 주방세제로 다시 한번 씻은 후에 쌀을 안치고 밥을 해봤다.

혹시나 밥이 설 익을까 봐 좀 오랫동안 밥을 했더니 밥이 타는 냄새가 안에 진동을 했다. 그래서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아랫부분이 아주 많이 타 버렸다. 압력솥에 밥하기 첫 도전은 처참히 실패했다. 타 버린 압력밥솥처럼 내 마음도 새까맣게 타버렸다.

압력밥솥에 밥 짓기 첫 도전!-실패

압력밥솥의 탄 바닥을 철 수세미로 닦아보니 팔이 너무 아파서 결국 물을 넣고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넣고 팔팔 끓여서 바닥을 다시 닦았다. 압력솥에 밥을 해 먹는 게 역시나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압력밥솥에 밥하기 도전 이틀째

다음날 다시 압력밥솥에 밥을 지어 보았다.

이번에는 추가 돌기 시작하자 불을 중불로 낮추고 정확히 3분 정도 있다가 불을 끄고 뜸을 들여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콩밥은 잘 되었는데 바닥이 싹 타버렸다.


그다음 날도 다시 압력밥솥에 밥을 지어 보았다.

흰쌀밥은 아주 맛있게 잘 되었지만 바닥이 좀 타서 맛있는 누룽지를 먹지는 못했다. 하지만 바닥이 아주 살짝 탔는지 설거지를 하기가 전보다는 어렵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희망이 보였다.

압력밥솥에 밥 짓기 도전  3일째
압력밥솥에 밥 짓기 도전 4일째

그다음 날도 역시 압력밥솥에 콩밥을 지어보았다.

밥은 되지도 질지도 않게 아주 맛있게 되었고 솥 바닥도 그 전날보다는 덜 눌어붙어서 설거지를 하기가 수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압력솥에 밥하기가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고 수월해졌지만 태우지 않고 완벽한 누룽지를 만들려면 좀 더 많이 연습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압력밥솥에 밥을 해 먹는 게 전기밥솥에 비해서 번거롭기는 했다. 전기밥솥은 쌀을 씻고 버튼만 누르면 전기밥솥이 알아서 밥을 해 주는 데 반해 압력밥솥은 추가 돌면 불 조절도 해줘야 하고 몇 분 정도 지나면 불을 꺼야 하고 뜸도 들이면서 계속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압력밥솥에는 전기밥솥과 같은 보온기능이 없어 밥을 한 후에 찬밥이 되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거나 매 끼니마다 밥을 해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우리 집은  건강을 위해 당분간은 압력밥솥에 밥을 해 먹기로 했다.


코팅 팬과 전기압력밥솥의 내솥은 정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한데 비해 스테인리스 팬이나 압력밥솥은 잘만 관리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고 주기적으로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니 제로 웨이스트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제로 웨이스트를 하다 보니 제로 웨이스트를 몰랐던 시절에 비해 불편한 점들이 조금 늘어났다. 하지만 조금은 번거롭고 불편해도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과 지구를 위해서는 이러한 번거로움도 조금씩 감수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불편할수록 우리 지구는 좀 더 깨끗해지고 쓰레기도 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앞으로도 조금은 불편한 생활도 즐거운 마음으로 잘 해낼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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