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자기 찾아온 우울한 감정에 휩싸여 폭식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어, 결국 정신과를 예약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나를 괴롭히는 이 감정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 때문인지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첫 번째로, 나는 현재의 내 삶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여유로운 마음을 잃었다.
세 번째로, 내 마음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삶을 살고 있다.
위의 3가지 이유가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들이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내지 못하고 있기에 계속해서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하며, 내 인생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이며,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한 길이 어디인지가 보이지 않아 막막한 마음에 조급해지고 여유가 사라진 것도 있었다.
20대의 나는 명확한 목적의식과 뚜렷한 목표를 갖고 삶을 살아갔다. 그 목표는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로 나뉘어 있었으며 구체적인 시기와 기준이 있었다. 목표가 있는 삶은 외로울 틈이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목표만을 바라보며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금의 나는 목표가 명확하지가 않다. 가진 게 없던 20대에 비하면 배가 많이 부른 것이다. 그때처럼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사실, 없다. 최근에는 그저 하루하루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목표가 되기도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 없이 발전 없이 살아지는 인생이 어느 순간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되었고,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답답한 마음이다. 그렇게 생각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그래서 다시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을 마주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런 이유로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잘못된 것을 깨달은 일이 나쁜 일인가 싶다. 그럴 수도 있지 싶다. 가끔은 길을 찾다가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 있고, 그러면 화가 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돌아 나와서 맞는 길을 찾아서 다시 가면 되는 것 아닌가.
막다른 길에 머무르며 움직이지도 않는 벽에다 대고 불평불만만 한다고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아닌 길을 찾았다면, 그것으로 또 하나 배운 것이었다. 또 한층 성장한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길에 조금 더 가까워졌구나 라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해졌다.
지금의 나는, 막다른 길을 마주했다고 '망했어,,'라며 자책하고 무너져 내릴 때가 아니라, '아, 여긴 줄 알았는데, 이 길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고, 훌훌 털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설 때였던 것이었다. 나는 내 길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며, 그 길에 도달한 나는 그간 내가 흘린 땀과 노력과 수고에 대해 환하게 웃어 보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여기서 나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