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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n 23. 2022

솔직하지 못했던 건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인생을 30년 넘게 살다 보니 이런저런 다양한 일들에 대한 경험만 많아져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을 겪어보지도 않고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첫 경험만으로, 첫인상만으로 판단해버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는, '촉'이란 단어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는 일들이 많아짐으로 인하여 애초에 시작도 안 하고 놓아 버리는 일들, 끝내 버리는 관계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간의 경험들로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사람은 이럴 것이야, 이럴 때에는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야 라고 내식대로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어떤 새로운 일을 하며 내 멋대로 상황을 판단해버리는 일이 특히나 잦아진 요즘, 그것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순진하고 순수하던 때의 나는 그런 면에서 정말 오픈된 사람이었다. 개방적인 마인드로 모든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며 그들과 진심 어린 소통이 가능했었다. 그렇지만, 한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순진함으로 인하여 오히려 뒤통수를 맞고 배신을 당하는 경험도 겪다 보니 어느샌가부터는 새로운 것을 대할 때에는 벽을 쌓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만남이 생겨도 그들의 마음과 행동들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의심의 시선을 갖고 바라보고 평가하게 되었다.


나도 내가 닮고 싶지 않아 하던 그런 어른의 모습으로 나이를 들어가고 있는 듯했다.


이런 태도로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최근 이런 태도 때문에 소중하게 만들 수도 있었을 관계를 망쳐버리는 일이 발생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새롭게 만난 한 사람을 내 기준과 잣대로 판단했다.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과거의 사람들과 이미지가 상당 부분 겹치는 그 사람을 향하여 나는 그들과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편견 어린 시선을 갖고 무심하게 대했다. 그는 나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순수하게 대해주었지만, 나는 그 사람을 이전에 내가 겪었던 사람에게 대하듯 무가치하게 대했었다.


그 결과, 그 사람은 내 곁을 떠나갔다. 처음에는 나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그 사람이 떠나는 모습조차도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겪었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 또한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예상 가능했던 그 일이 벌어진 후 (그 사람이 떠나간 후) 내 마음이 왜 인지 모르게 너무 아프고 신경이 쓰여서 몇 달을 힘들어했다. 그러다 우연히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상담사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 사람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담사분께서는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들을 들어보시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나에게 별다른 악의를 갖고 있지도 않았으며, 해코지를 가할 생각도 없어 보였으며 오히려 좋은 감정으로 대해주었던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오해하고 내 곁을 떠나게 만든 것은 모두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취했던 나의 가볍고 무심한 말과 행동들은 오히려 그 사람에게 진실성 없게 비쳤을 것이고 그래서 그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서 아직도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또다시 누군가가 나에게 같은 상처를 줄까 봐 두려운 마음에 애초부터 상대방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 진실을 외면한 채 그저 회피하고 못 본 척하고 있었다. 내 마음도 상대방의 마음도. 진심에는 기쁨과 슬픔이라는 양면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진심을 마주한다는 것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용기를 내지 않고 계속해서 내 마음을 속이며 살아간다면, 아마 나는 그 누구와도 함께 어울려서 잘 지내지 못할 것이다. 평생 그 누구도 믿지 못하며, 외롭지만 외롭다는 말도 전하지 못한 채 혼자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해서라도 내 마음에 용기를 내서 마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두려운 감정들에 솔직해져야 한다. 두렵다면 두려운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괜찮아져 가는 과정을 겪어보며 스스로 알을 깨고 나가야 한다. 성장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나의 감정에 솔직해질 줄 알아야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편견을 갖지 않고 대하고,  의심하지 않고 믿어주고, 무언가를 바라지 않으며 진실된 마음을 나누려는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심과 솔직함, 그리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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