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서 인간과 다른 생명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들을 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나는 그저 반려동물들을 눈앞에 하면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잘 모르기에 두렵고 무서웠다.
무엇이든 해보기 전에는 두렵고 무섭지 않은가?
딱 그런 심정이었다.
동물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나로 인해 그들의 생명에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죄책감 속에 살게 될 것 같아 애초에 동물은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기도 했었다.
너무 과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일이든 책임감이 과하다 보니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는 일들이 나에겐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삶을 살아가며 스치는 여러 동물들을 보다 보면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그들을 귀엽다고 여기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여기기도 하며 또 때로는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곤 했다.
지금도 내가 꿈꾸는 삶은 테라스가 있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바견을 키우며 함께 사는 삶이다.
그러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반려동물이 등장하였다.
바로 친구가 키우는 '샴고양이'이다.
나는 고양이를 처음에는 무서워했다. (사실 지금도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무서울 때가 있다.)
강아지와 같이 친근함을 표현하는 동물이 아닌 경계를 많이 하는 고양이의 눈빛이 낯설고 무서웠다.
표정 변화를 잘 모르겠는 고양이들에게 나는 어느 순간 갑자기 공격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고양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을 터.
본인보다 훨씬 더 크고 힘도 센 낯선 인간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경계를 늦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약 한 두 달간 친해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고양이와 나의 관계이다.)
처음에는 극도로 고양이를 거부하던 나로 인하여 친구는 고양이를 항상 내 곁에서 떨어트려 놓기 위해 방안에 두곤 했는데 한 달쯤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방문을 긁어대고 냥냥 울어대는 그 모습이 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조금씩 둘이 있는 시간도 생기게 되었고, 자주 보는 나에게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조금씩 다가오는 고양이를 보며 나도 어느샌가 마음이 열린 것 같았다.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경계를 풀게 된 것이겠지.
이제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런 내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와서 아는 척을 한다.
그런 고양이를 보면 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 말에 조금씩 반응하는 이 아이를 보면, 사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운 존재. 아, 이래서 다들 반려동물을 키우는구나 싶다.
친구가 집을 비워 혼자 있을 그 아이를 생각하면 이제는 살짝 안쓰럽다.
그리고 내 새끼도 아닌데 뭐라도 맛있는 간식을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어느새 친구네 고양이에게 정이 들어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