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필요로 하는 존재를 향한다

by omoiyaru

'사랑한다'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눈길이 가고, 가슴이 설레고, 그 사람이 궁금해지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고, 만났으며, 그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많은 일들을 겪어냈다. 그 안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섞여 있었다. 이별을 하며 엄청난 고통을 겪어보기도 했었다. 차라리 몸 어디가 부러졌으면 아파도 낫는 게 보이니까 낫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우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더욱 힘들었었다. 사랑을 하면 행복만 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구나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사랑에 데고 난 뒤로는 사랑이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난생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 사랑을 상실했다. 그 순간 겪었던 고통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이다. 그때를 계기로 나는 사랑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지만 않는다면, 그렇게까지 아파하고 슬퍼할 일도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회피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게 진심이 없는 관계들을 이어나가다 보니 공허함이 커져만 갔다. 누구도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는 것 같지 않았고, 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점점 더 고립되어 가기도 했던 것 같다.

사랑을 주는 것을 포기하자, 사랑을 받지도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던 나에게 진심을 다해 마음을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단단하게 얼었던 나의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렸고, 조금씩 사람을 다시 믿어볼 수 있게 되었다. 냉철하고 이성적이기만 하던 내가 조금씩 인간미가 쌓여가는 모습을 볼 때 스스로가 낯설고 징그러울 때도 많았다. 그래도 처음 겪어보는 따듯한 감정들 속에서 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든든한 지원군 하에 원하는 것들도 척척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변화의 시작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았다. 그를 벗어나고 싶은 이유는 더 이상 이 관계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다. 그저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영향력이 필요를 다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상대도 서로가 필요로 하던 시기에 만나 그 필요가 다하자 자연스럽게 소멸이 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별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슬픈 일일까 싶기도 하다.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니. 그럼에도 가족과 같이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인연들은 참으로 신기하다. 아마 그들은 나에게 있어 평생에 걸쳐 "필요로 되는 존재"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군가의 곁에 오래 머물고 싶다면,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필요로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그게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정서적으로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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