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에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의 연애.
사귄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100일은 언제 오나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100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30대에 100일을 챙긴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30대이기에 나는 100일이라는 숫자가 더 중요해졌다. 사실 100일이라는 숫자보다도 3개월 정도의 시간을 문제없이 함께 보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100일 정도 무언가를 하거나, 무언가를 보면 나와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정말 아니다 싶은 건 며칠 만에도 깨우칠 수 있지만, 애매모호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3개월 정도 겪어보면 판단이 선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수습기간을 3개월로 잡는 게 아닐까 싶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워낙 인스턴트식 만남이 많다 보니, 1~2주 만에도 헤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다. 특히나 30대의 경우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 안 맞을 것 같은 사람과 시간낭비하는 것이 아까워서라도 아니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이 더욱 쉽고 빠르다. 20대의 연애라면 맞춰 나가 보자고 생각할 부분이 30대의 연애에서는 얄짤없이 헤어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그런 과정을 겪으며 헤어짐을 당하기도 하고, 반대로 이별을 고하기도 했었다.
나 역시 결혼을 염두하고 있는 30대이기에 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정리를 해야겠다는 갖고 여러 사람을 스쳐가는 과정 속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100일을 넘게 만남을 유지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100일이 첫 번째 넘어야 할 산이라고 본다면, 100일만 문제없이 지나면 1년까지는 또 무난하게 만남이 지속되는 것 같았다. 100일 정도 만나며 서로 싸우지 않고 잘 맞는다면 앞으로의 만남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에 나는 3개월간 만남을 지속하는 것에 꽤나 큰 의미부여를 했다.
그렇게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한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무탈하게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다.
물론 100일간 우리는 주말만 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매일 데이트를 하는 커플에 비한다면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 현저하게 적기도 했을 수 있다. 그래서 싸울 일도 적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만나지 않는 시간에 나누었던 전화와 카톡 등의 연락과 만나지 않는 동안에도 서로를 위해 노력했던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충분한 교류는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큰 다툼 없이 100일을 지내오면서 우리는 양측 부모님과 가족도 뵙고 상견례라는 큰 산도 넘겼다. 그리고 예식장과 결혼식 날짜도 잡았다.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갈 때에는 정신이 없기도 했고 부담스럽기도 했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고민이 되고 힘들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이제는 그 기억들 또한 추억이 되었다.
앞으로도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차근차근 둘이 힘을 합쳐해 나간다면 무리 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서로 체력관리도 잘하고 지금처럼 배려하고 이해하고 아껴주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100일이라는 숫자를 아기에게 비유한다면, 아직 누워서 울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1년이 되었다고 해도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그만큼 1년이라는 시간은 긴 것처럼 보여도 막상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사랑도 결국 계속해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키워가야 하는 반려식물, 반려동물과 비슷하다고 본다.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계속해서 사랑을 주지 않으면 감정은 언제 시들어버릴지 모른다. 111일이 1111일, 11111일이 될 때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을 고양이 꾸꾸를 키우듯이 잘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 당연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