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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l 12. 2024

연애를 시작한 지 D+111

30대 중반에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의 연애.

사귄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100일은 언제 오나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100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30대에 100일을 챙긴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30대이기에 나는 100일이라는 숫자가 더 중요해졌다. 사실 100일이라는 숫자보다도 3개월 정도의 시간을 문제없이 함께 보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100일 정도 무언가를 하거나, 무언가를 보면 나와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정말 아니다 싶은 건 며칠 만에도 깨우칠 수 있지만, 애매모호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3개월 정도 겪어보면 판단이 선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수습기간을 3개월로 잡는 게 아닐까 싶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워낙 인스턴트식 만남이 많다 보니, 1~2주 만에도 헤어지는 경우가 워낙 많다. 특히나 30대의 경우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 안 맞을 것 같은 사람과 시간낭비하는 것이 아까워서라도 아니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이 더욱 쉽고 빠르다. 20대의 연애라면 맞춰 나가 보자고 생각할 부분이 30대의 연애에서는 얄짤없이 헤어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그런 과정을 겪으며 헤어짐을 당하기도 하고, 반대로 이별을 고하기도 했었다.


나 역시 결혼을 염두하고 있는 30대이기에 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정리를 해야겠다는 갖고 여러 사람을 스쳐가는 과정 속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100일을 넘게 만남을 유지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100일이 첫 번째 넘어야 할 산이라고 본다면, 100일만 문제없이 지나면 1년까지는 또 무난하게 만남이 지속되는 것 같았다. 100일 정도 만나며 서로 싸우지 않고 잘 맞는다면 앞으로의 만남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에 나는 3개월간 만남을 지속하는 것에 꽤나 큰 의미부여를 했다.


그렇게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한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무탈하게 만남을 지속해오고 있다. 


물론 100일간 우리는 주말만 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매일 데이트를 하는 커플에 비한다면 서로를 있는 시간이 현저하게 적기도 했을 있다. 그래서 싸울 일도 적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만나지 않는 시간에 나누었던 전화와 카톡 등의 연락과 만나지 않는 동안에도 서로를 위해 노력했던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충분한 교류는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큰 다툼 없이 100일을 지내오면서 우리는 양측 부모님과 가족도 뵙고 상견례라는 큰 산도 넘겼다. 그리고 예식장과 결혼식 날짜도 잡았다.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갈 때에는 정신이 없기도 했고 부담스럽기도 했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고민이 되고 힘들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니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이제는 그 기억들 또한 추억이 되었다.


앞으로도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차근차근 둘이 힘을 합쳐해 나간다면 무리 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서로 체력관리도 잘하고 지금처럼 배려하고 이해하고 아껴주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100일이라는 숫자를 아기에게 비유한다면, 아직 누워서 울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1년이 되었다고 해도 뒤집기를 하고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그만큼 1년이라는 시간은 긴 것처럼 보여도 막상 그렇지 않을 있다. 


사랑도 결국 계속해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키워가야 하는 반려식물, 반려동물과 비슷하다고 본다.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계속해서 사랑을 주지 않으면 감정은 언제 시들어버릴지 모른다. 111일이 1111일, 11111일이 될 때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을 고양이 꾸꾸를 키우듯이 잘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 당연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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