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는 '불행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불행한 씨앗이 자라면 자랄수록 내가 가진 모든 것들 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들에만 눈길이 갔다.
그렇게 세상 모든 것들은 불행의 필터 속에서만 바라봐졌다.
그런 내 마음에는 밝은 기운보다는 어두운 기운만이 가득했기에 나는 자도 자도 졸리고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항상 지쳐있었다. 내 성격은 계속해서 날카로웠으며 타인에 대해서나 나에게 주어진 현 상황에 대해서 비판적이고 괴롭다는 마음만 커져갔다.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불행 속에서 계속해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남들은 다들 자신만의 행복을 잘만 찾아가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그게 너무 어려운 일처럼 다가왔다.
영원히 이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만이 가득했다.
오늘 차를 타고 가다가 완벽한 반원을 그리는 무지개를 만났다.
이는 네 잎클로버를 찾기가 쉽지 않듯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내 안에 불행의 필터가 있다고 해도 눈앞에 펼쳐진 무지개를 본 나는 기분이 좋았다.
바로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하고 참 신비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어떠한 사물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만난 무지개를 통해 오랜만에 부정의 필터를 벗겨내고 정말 순수하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것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반월의 무지개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허울 좋은 말도 '다시 한번 믿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출근길에 큰 사고가 날 뻔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사고를 면했다.
그건 차량에 탑재되어 있던 충돌 방지 브레이크 기능이 정상 작동을 했기 때문이었는데, 그 기능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사고를 당한 최악의 날로 기억이 됐을 것이다.
반월의 무지개는 행운의 상징이 맞았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무지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가 조금은 투명해진 것 같다.
세상에는 안 좋은 일만 가득한 것이 아닌 이렇게 운이 좋은 일도 있구나, 오늘 복은 여기에 다 썼다. 정말 천운이다.라는 생각을 연거푸 하였다.
그렇게 보다 보니 사랑만 하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고 좋은 것만 보고 살기에도 짧디 짧은 이 세상을 부정적 필터를 낀 채 살아가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으며 사는 것이, 긍정적인 사고만 하며 사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필터만 교체하면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일일수도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탁해진 마음의 필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저 순수하게 아름답거나 경이로운 장면을 보고 감탄하는 일, 그것이 바로 '필터교체'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굳이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여행을 다니는 것일 수 있겠다 싶었다.
피곤하게 굳이 어딜 가야 하나? 싶던 마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