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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l 22. 2024

이거 우울증인가..?

지금 나에게 우울한 감정이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중증의 우울증은 아닐지 모를지라도, 꽤나 큰 우울감이 나를 잠식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사실 내가 과소평가를 하고 있어서 그렇지 지금 상태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다면 아마도 중증 우울증을 판정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겉으로 보기에 생활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지금 내 상태는 '무기력'하다.

특히나 내가 우울증을 의심하는 이유는, 요즘 들어 계속 일상에서 쉽게 피곤함을 느끼고 설레는 것이 없으며,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고,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거는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한다며 의욕적으로 결혼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순간적으로 나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왜 나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지?' 


나는 결혼에 있어 의욕적으로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냥 사정에 맞춰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선택들을 할 뿐 그 이상의 액션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에 대해 당연히 여러 옵션을 따져보고 요구하거나 생각해 볼 있음에도 나는 그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정도의 마음이었다.


오히려 뭔갈 알아봐야 한다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피곤하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내가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는 건가? 나는 남들이랑 좀 다르네.'라는 생각에 멈춰있다가, 어제 불현듯 '아, 혹시 이거 우울증인가?'라는 생각으로 번졌다. 어찌 보면 한 번뿐일 즐겁고 행복해야 할 시간들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회색빛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다는 무서움이 엄습해오기도 했다.


요즘에는 남자친구를 만나도 텐션의 변화가 크지 않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흥미롭거나 설레지가 않는다. 이런 무색의 감정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이 되는 것 같다. 남들이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찌 보면 정상적인 반응인 것이고, 반대로 나처럼 너무 남일처럼 안일하게 있는 상태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괜찮은 척을 하고 있지만, 사실 괜찮지 않은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었다.


단순히 몸이 지쳐서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우울감에 의한 무기력이었다면 여러 가지 상황들이 더 쉽게 설명되는 것 같다.


옛날에 좋아했던 술을 마시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사람들과 노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사진을 찍는 것, 글을 쓰는 것, 나를 꾸미는 것 등에 흥미를 잃은 것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피곤해서가 아닌 무기력함에 잠식당해서라고 한다면 지금 예전에 비해 180도 변화한 내 모습이 더 쉽게 납득이 되는 것 같다.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차도를 지켜보다 차도가 없다 싶으면 이제는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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