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힘든 일을 겪고 인생의 길을 못 찾겠어서 방황하고 지칠 때 휴대폰 연락처 목록을 보며 누군가를 찾아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럴 때 결국 눈길이 멈추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어김없이 수화기 너머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이렇듯 언제든 내가 연락을 취했을 때 아무렇지 않은 듯이 연락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며 갈피를 잃어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을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요즘 들어 새삼 다시 깨닫고 있다.
나는 사실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준 기억이 잘 없다. 나는 언제든 누구나 다가와서 편히 쉴 수 있는 나무 같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몸도 마음도 지칠 때면 나무를 찾아가는 사람에 속했다.
나의 나무와 같은 이 친구는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무의 역할을 해주는 친구이다. 그래서 이 친구 주변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 사람들의 응원과 축복 속에서 이 친구는 꿋꿋하고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다.
나는 언제부턴가 이 친구를 의지하는 것을 넘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친구의 말투와 행동, 그리고 사고방식에 대해 알고 싶어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며 이 친구가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 친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는 '솔직함'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친구는 사람을 대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드러내고 상대방에게 표출한다. 그 모습이 처음에는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떠한 계산도 없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 마음은 결국 '진심'이기에 상대방에게 닿을 수밖에 없었다.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기에 나는 이 친구와 대화를 할 때면 세상살이 속에 꽁꽁 감추어 두었던, 누구에게도 꺼내기 힘들었던 고통받던 내면의 자아를 꺼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면을 벗고 난 부족한 모습의, 진정한 내 모습으로 이 친구를 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도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가끔은 '나한테 이런 것까지 말한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솔직한 이 친구를 보면서 반대로 나는 왜 남들에게 이렇게까지 솔직하지 못할까라고 반문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미지와 그런 말을 했을 때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기에 항상 가면 속에 숨어 거짓 자아로 지내왔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좋아할 만한 행동과 말을 생각해내고 그들의 비위를 최대한 맞추기 위한 행동을 하기에 특히나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위는 그저 나를 피곤하고 지치게 만드는 일일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가면을 쓴 모습이 아닌 솔직한 모습으로 대하기에 이 친구는 누구를 만나도 쉽게 다가가고 친해지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감추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솔직 당당하게 표현한다. 참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이다.
나는 오늘 진정한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 준 그 친구 덕분에 다시 글을 쓸 용기를 얻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도 된다는 용기를 그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얻게 되었다. 나중에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고 당당하게 그 친구에게 이야기할 날이 온다면, 이 글을 꼭 그 친구가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