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라는 문구를 책 속에서 만난 적이 있다. 처음 이 문구를 접했을 때에는 막연히 그럴 수 있겠다. 그런 것이구나 정도의 마음으로 치부했었는데, 최근 들어서 내 삶 속에서도 이 문구가 적용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나니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여러분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지금의 나는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온다.
실제로 나는 지난 28년 가까이를 운동이라면 질색을 하고 피하며 살아왔던 사람인데, 2년 전 발목을 다친 이후부터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운동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운동광이 되어버린 사람이다. 내가 만약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내 모습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를 정도로 운동신경도 좋은 편에 속했다. 또한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영어를 워낙 싫어했어서 아무리 공부를 해도 재미가 없고 머리에 들어오지가 않았는데 최근에는 영어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스스로 영어강의를 찾아 듣고 영어책도 보고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나는 공부도 연애도 취업도 운동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을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러한 큼직한 주제가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단순한 일들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이 문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최근 나에게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경험과 가장 안 좋은 경험이 동시에 불어닥쳤다. 이 두 가지 경험은 모두 내가 원해서 일어난 일들이 아니었지만, 결과론적으로 동시에 발생된 이 일들로 인하여 나는 몇 달간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중 한 달 반가량은 마치 술에 취한 듯한 몽롱한 상태에서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처럼 지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정신이 없는 하루하루였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나는 그나마 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왔기에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더 무너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힘든 일에서 오는 어려움과 좋은 일에서 오는 행복감이 완충작용을 하였기 때문이다.
둘 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원치 않았던 일이었기에 나에게는 사실 선택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기에 그저 흐르는 대로 내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 일들로 인하여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모든 일들이 결국 나에게 반드시 일어나야 했었던 일이라고 강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할 것도 없이 덤덤히 받아들이는 자세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받아들이는 자세로 태도를 바꾸어 이 두 가지 일을 바라보니 갑자기 먼 미래에는 과연 내가 이 일들을 어떤 식으로 회자하게 될지가 궁금해졌다. 지금 당장은 안 좋았던 일이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때 그렇게 되어 참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며, 지금 당장 좋았던 것처럼 보이는 일이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 인생을 살아가며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나서 '지금 이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을까?',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 일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와 같이 다양한 궁금증을 갖고 인생을 바라보며 산다면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근시안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며 각박하게만 살아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어릴 때의 나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내 인생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 여기며, 나의 노력 또는 믿음과 신념으로 나의 인생이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내 인생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며 살다 보면 어느 정도는 인생이 신념대로 흘러간다고 느껴지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최근에 들어서 확실히 깨닫고 있다. 내 인생을 스스로 통제한다고 해도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그로 인해 내가 겪게 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로 인해 내 인생은 하루아침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내 인생에 발생되는 모든 일들을 '운명' 또는 '숙명' 또는 '업보'라고 정의 내린다고 한다면, 인생은 어느 정도 정해진 운명이 있고 그 운명의 굴레에 따라 그저 물처럼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 이 순간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에 벌어지는 일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인생이라는 정해진 물줄기를 흘러가는 도중에 발생한 일들로 스스로를 과도하게 고통스럽게 만들고 힘들어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기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우쭐하고 자만할 필요도 없다. 그저 평정심을 갖고 지금 내 인생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이 왜 벌어졌을지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마음으로 지켜본다면 누구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내 인생에 일어나는 일들은 다 때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마음으로, 내 인생은 지금 어디를 향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관람객의 입장이 되어 그저 지켜보듯이 살아간다면 우리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