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생일날 글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생일날 밤, PC앞에 앉아 글을 쓴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렇다.
나는 지금 '혼자'라는 뜻이다.
생일을 앞두고 남자친구와 다툼이 있었다.
굳이 길게 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생일날을 챙기는 것에 대해 무심한 그의 태도에 화가 난 내가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고, 그로부터 그와 연락을 끊고 생일날까지 끊긴 연락이 지속되었다.
나의 감정적인 카톡에 그는 그 나름대로의 억울함과 분함을 항변하였다.
나는 끝까지 내 감정을 읽기보다는 본인의 상황설명에만 치중해 있는 그의 카톡을 보고 '읽씹'을 하였다.
그렇게 그 이후로 그도 나도 서로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내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생일날 남자친구가 있는데 혼자 보내는 것은 35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모님이 점심까지 곁을 지켜주셨다는 것.
부모님마저 안 계셨다면 정말 초라한 심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그래도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기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생일날 연락을 해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것은 나의 욕심이었고, 그도 그 나름대로 다툼 속에서 감정이 많이 상하고 그동안 쌓여왔던 모든 응축된 감정이 터져 연락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까지 도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함에도 연락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이제 이 인연이 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다.
처음부터 어긋난 것처럼 보였던 모든 것들이 이제야 결론에 도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원섭섭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기분.
이 연재글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있었다.
그와 나의 관계에 대한 확신이 없던 나는 결국 이러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 같다.
당장은 그동안 벌려놓은 일에 대한 수습으로 정신없지 않을까 싶다.
또 한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 대한 공허함과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으로 외로움에 사무치는 날들이 펼쳐지게 되겠지만, 언제나처럼 시간이 약인 듯 또 하루하루 견디다 보면 그렇게 또 미래의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나는 다시 또, 결국은 '나'를 잃지 않는 선택으로 이번 관계도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