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행인'역
우리는 각자 하루하루 자신의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아름답게 찍어가고 있는 촬영감독이자 작가이자 주인공이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내용도 우리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고, 주인공 역할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줄 수 있으며 촬영 장소 또한 우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들이 우리 마음대로 잘 되지 않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인생에서 만큼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우리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역할들이 있다. 그중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행인의 역할도 있을 것이고, 찰나의 순간에 나에게 큰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지나가는 행인'역할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게 누구이든 쉽게 나의 드라마에 중요한 포지션을 주려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 '지나가는 행인'역의 사람에게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데 나 혼자 쓸데없이 애정과 관심을 주고 더 큰 역할을 부여하곤 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그저 '지나가는 행인'역을 맡은 사람일 뿐이므로, '나를 지나가는 것'이라는 자신이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그렇게 스쳐 지나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에서는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는 그런 상대를 보며 혼자 아파하고 때로는 비난하곤 했었다.
이렇듯 스치는 인연에게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했던 지난날의 나의 행동들을 뒤돌아 생각해 보니, 이는 나의 드라마는 물론 상대방의 드라마 역시 해피엔딩이 아닌 집착으로 얼룩진 막장드라마로 변질되어 버리게 만드는 행동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드라마가 아름다운 결말을 향해 가게 만들고 싶다면 우리는 이 '지나가는 행인'역의 사람들이 한 번에 잘 지나가도록, 그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마주치게 될 수많은 '지나가는 행인'들을 잘 보내줄 줄 알아야 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몸값이 가장 비싼 이유는
그만큼 그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의미 없이 행인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그 순간에도 우리의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진짜 주인공은 자기 차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값비싼 몸값을 치르고 출연시키는 '주인공'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의미 없는 행인들에게 시간을 쏟지 말자.
내가 찍는 드라마를 이왕이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드라마로 만들고 싶지 않나? 그렇기 위해서는 우리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비중을 우리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로 내 인생 드라마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안목을 길러야 하며 그들을 소중히 하고 잘 보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