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몇 번에 걸친 연애, 소개팅의 실패로 인해 열심히 쌓아왔던 내 안의 자존감이 바닥으로 치는 날이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만들어온 지금의 나의 모습들이 부정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괴롭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좋게 봐주는 사람은 정말 없는 걸까? 하는 막연한 의문이 들면서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었다.
혼자서 그 외로움은 감당하기 힘들어 친구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친구는 그냥 안 맞는 사람이었던 거고 그럴 수 있다며 또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고 나를 위로해 주었지만 그 위로가 실제 내 마음에는 깊이 와닿지 않았었다. 그래서 전화를 끊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 길을 걸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처 없이 길을 걸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힘들 때 그냥 정처 없이 걷는 행위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그렇게 정처 없이 길을 걷는 도중 다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세상에 홀로 남겨져 외롭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사실은 나를 생각해주고 찾아주는 사람은 묵묵히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전화를 걸면 위로를 해 줄 사람도 내 곁에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필요로 되는 괜찮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날 만큼은 평소처럼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려 노력해도 쉽사리 마음이 진정되지가 않았다. 내가 마음을 얻고자 했던 누군가로부터 거절을 당한 직후의 슬프고 괴로운 마음은 도통 가라앉지가 않고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그 순간에도 내 마음은 그저 슬펐고,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찾아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친구와 통화를 하며 나는 이참에 내 외모를 바꿔볼까?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거절의 사유가 내 외모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도 그런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쁜 것을 선호한다. 나 또한 물건을 살 때 예쁜 것을 보면 시선을 사로잡히고 구매욕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이 세상은 모든 방면에서 예쁜 것이 선호되는 것이 사실이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예쁜 외모를 갖기 위해 돈과 노력을 들이면 아마 나는 잘나진 외모 덕분에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번 생각을 해볼 것이 있다.
막상 정말 그렇게 예쁜 외모를 갖게 된다면 지금처럼 상처 받고 아픈 일은 내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행복한 일만 가득하고, 그렇게 얻은 '외모'만으로 인해 사랑만 받으며 살게 될까?
그건 또 아닐 것이다.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또다시 사람들의 시선과 말들로 상처를 받을 수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일은 불가능하다. 지금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느냐였다. 지금과 같이 공허한 내면으로 겉만 아름답게 가꾼다고 해도 난 행복해지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외면만을 가꾸고 난 뒤에 지금과 똑같이 상처를 받게 된다면 아마 나는 더 쉽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나는 그래서 반대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누군가가 했던 지적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붙여주기로 결심했다.
그들이 나에게 와서 지적질을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냈다'라고 말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누군가가 나의 외모를 가지고 지적을 했다면,
누군가가 나의 나이를 가지고 지적을 했다면,
누군가가 나의 성격을 가지고 지적을 했다면,
누군가가 나의 몸매를 가지고 지적을 했다면,
마치 그들의 말이 맞는 말인 양 그 말을 듣고 거기서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이 말한 모든 장애물들을 뛰어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사람은,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주겠노라고 결심했다. 나는 나의 인생이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평가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으로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해낼 수 있다. 그것을 나는 내 외모가 아닌 내가 살아가는 나의 삶으로 증명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나대로 이미 완전하며 충분하다. 나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쉽게 판단하는 대로 살아갈 만큼 나는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충분히 멋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