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부터 열심히 인생을 살아왔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하루하루 게으름을 피우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하여 하루하루 나를 다듬어 왔다.
그때에는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만 알았다.
그렇게 앞만 보며 달리기를 10년.
어느새 내 손에 쥐어진 것들이 많아진 3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나를 감싸고 있는 주위를 둘러보게 된 것 같다.
내 주변을 채우는 사람들, 물건들을 보며
스스로 잘 살아왔다고, 잘 살고 있구나라고 확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마음이 너무 힘들다 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혼자서 부단히 노력하며 목표만을 바라보는 삶을 살다 보니
어느샌가 나는 세상에 혼자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 같다.
무엇이든 나 혼자 처리하는 게 익숙한
언제 어디서나 혼자 있는 게 편안한
그렇지만 마음 한편에는 외로움이 가득한
그런 '30대의 나'만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들이 많아지고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끊임없이 생겨났고 그 끊임없는 도전의 홍수 속에
계속해오던 힘을 내오던 나조차도 이제는 힘이 빠져버려
거센 파도에 내 몸과 마음이 휩쓸려버린 듯한 기분이다.
아마도 '30대의 나'가 이렇게 힘든 이유는
무언가 사랑할 '대상'을 찾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일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반려동물이 되었든
나는 내가 살아갈 목적이 되고 이유가 되는 가치 있는
그 '무언가'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20대에는 그저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기에 급급하며 살아왔기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사치였고 부담이었다.
그렇지만 조금의 숨통이 트인 '30대의 나'는 이제야
진정으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를 찾고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무한정으로 나에게 애정을 주는
그런 '소중한 존재'를 내적으로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묵묵히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형체를 가진 누군가를, 무언가를
'30대의 나'는 간절히 찾고 있는 것이다.
그 '존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오늘도 나는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이제는 20대 때처럼 남들보다 빨리 가서 목적지에 도착하려는 마음보다는
묵묵히 그저 하루하루 내길을 걸어가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