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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만들어 낸 '특별함'

by omoiyaru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아이였다.

남들에 비해 뛰어나지 않은 신체와 지능에 특출한 재능 없이 정말 평범한 아이였다.

어린 시절에는 평범하다는 것에 대한 개념도 불명확했고, 그로 인해 크게 불만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평범하다는 것에 대해 인식을 하고 불만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사춘기 시절부터였던 것 같다.

학교를 다니다 보면 꼭 특정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인기가 많으며,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칭찬 속에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무럭무럭 자라난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닮으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타고난 재능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보니 어느샌가 괜히 위축이 되고, 부정적인 내 모습만 남게 되었다.


난 왜 저렇게 할 수 없을까?

난 왜 저게 안될까?

난 왜 뛰어난 외모나 신체를 가지지 못했을까?


이런 식으로 계속 남과 나를 비교를 하다 보니 나는 그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평범한 나는 시간이 흘러도 내가 남들에 비해 뛰어나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을 내려버렸던 것 같다. 이런 판단을 머릿속에서 하고 나니 인생이 재미없게 느껴지고, 시시하게 느껴졌다. 평범하게 태어난 것도 평범한 삶을 사는 것도 그냥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싫어졌었다.


여기까지가 10대의 부정적인 이미지의 나의 모습이다.

그러던 나는 누군가와의 비교가 아닌 나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 20대부터는 내가 갖고 태어난 평범함을 부정하며, 스스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이때의 나는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야지만 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인생의 즐거움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특별함을 증명해 내기 위해 하루하루 스스로를 혹사시키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같이 살았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른 지금, 30대의 나에게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완전히 바뀌어 있다.

과거에는 나 자체를 부정하고 싫어하게 만들었던 그 '평범함'이 이제는 너무나 좋다.

그것에 더불어 이제는 오히려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남들보다 평범하기 때문에 남들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불필요한 시기, 질투, 모함 등을 겪지 않으며 편안하게 살아올 수 있었고 무엇을 하든 성과를 내려면 남들의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었기에 무엇을 하든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해왔다. 남들이 봤을 때 실패라는 경험을 해도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 난 평범하니까 실패하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응수했고 이처럼 평범함은 역설적으로 나에게 무한 긍정을 가져다주는 원천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좀 더 쉽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 같다. 평범하기 때문에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고 그 안에서 노력했던 경험들이 10년, 20년 쌓이다 보니 지금은 그간의 경험들로 인해 보다 폭넓은 일에 대한 식견을 갖추게 되었다.


이렇게 평범함이라는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나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평범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쉽게 도전을 했고, 꾸준히 할 수 있었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그런 나의 성격들을 보고 남들은 '넌 특별하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내가 지금처럼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게 된 이유가 바로 평범함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


공부를 하든 운동을 하든 무엇을 하더라도 체력이 부족하니 뭘 하든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제일 먼저 포기하는 사람 중 하나였던 내가 이제는 그 평범함을 무기로 쓸 줄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평범하기 때문에 평범하다는 이유로 무엇이든 도전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평범한 나의 무기이자 장점은 '평범함을 무기로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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