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오면서 인생에 크게 미련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인생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 의해 좌지우지되며 흘러갔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내 인생을 온전히 나만의 선택과 판단으로 제대로 살아낸 적이 없다. 두려움이 찾아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탓을 돌리고 회피하려 했고, 남들이 다 갈법한 안전한 길만 선택하면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만 노력하며 그렇게 주위를 의식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여태껏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잘나 보이기 위해 무언가에 도전하고 노력했지만 사실 그것들은 진정으로 내가 바라는 어떠한 꿈이나 이상을 토대로 실행된 일들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이 사는 대로 인생을 살았기에 나는 30년 동안 살아온 내 인생을 두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을 진정으로 살아본 적도 없고, 어떻게 사는 게 나답게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쩌면 내 친구보다 나에 대해 더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나는 내 인생의 크나큰 선택들을 눈앞에 둔 순간들에도 남들에게 그 선택권을 넘겨주는 일들이 부지기수였다. 학교를 선택할 때에도, 직장을 고를 때에도 하다못해 남자 친구를 선택할 때에도 나 자신의 생각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 그들의 의견을 토대로 결정하고 판단하곤 했다. 이는 어려서부터 쭉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내지 못했기에 발생된 일들이었다.
그런 인생이 즐거울 리가 만무하다. 즐거울 리가 없으니 행복할 리도 없다. 매번 남들 눈치를 보는 삶의 연속이었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런 인생은 나를 조종하는 타인이 사라지는 순간 나의 존재가치 또한 사라지는 것과 같다. 나는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아닌 남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삶이었다.
타인의 입맛에 맞춰 살아온 나의 삶을 돌이켜보면 그저 암울하다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나에게 있어 하루의 시작은 또 다른 타인들의 기대와 요구에 고통받아야 하는 날의 시작을 의미했고,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삶은 살아가야 하기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찾으려고 수도 없이 많은 주변인들을 괴롭히고 괴롭혔다. (그간 내 이야기들을 진심으로 들어준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나는 그들의 시선과 생각들에 의존하며 그곳에서 생명력을 얻으며 도돌이표같이 죽어있는 삶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여러 운동과 취미를 꾸준히 잘 해내면서도 내가 정기적으로 우울증을 앓는 원인이 여기서 설명되는 것 같다.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나는,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멸시켜 가고 있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내기 위해 나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를 잘 모르겠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부딪혀야 할 때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남의 인생을 살듯 내 인생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관속에 갇힌 미라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었다.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죽은 조화 같은 삶이 아닌 시들어 죽더라도 활짝 피어나 생동감 넘치게 살다 가는 생화가 되고 싶다. 그렇게 살아보기로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의 나는 나에게 주어진 내 삶의 가치를 나만의 향으로 세상을 향해 아름답게 뿜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