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앞으로 뭐 해야 할지 모르겠어. 미래가 안 보여.”
난 사실 이 말을 처음 듣지 않았다. 내 직원들도 비슷한 일로 나를 자주 찾았다.
“이 일 계속해도 될까요? 저 뭐하고 먹고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이건 그들의 문제가 아니다. 나약함도 아니다.
이건 등 떠밀려 사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우리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총 16년 동안 정답을 찾는 훈련을 받는다.
난 학력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력은 학생 때 놀고 싶은 욕망을 참고 견뎌낸 끈기 = 엉덩이 힘, 성실함, 일정 수준의 사고력까지 입증한다.
문제는 그 능력의 방향이다.
우리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잘 푸는 사람으로 키워진다.
즉, 신입사원이 되는 훈련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인생에는 문제지가 없다.
누가 목표를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해진 사람은 정작 스스로 문제를 정의해야 하는 순간 멈춘다.
그래서 동생이, 직원이, 그리고 우리가 미래가 안보인다고 말하게 되는 거다.
우리는 진로를 말할 때 학과와 직업부터 꺼낸다.
의대, 로스쿨, 공기업, 대기업.
하지만 그건 목적지가 아니라 수단이다.
한국 사람의 대부분은
‘어떤 수단을 타야 하죠?’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어디로 가고 싶죠?’를 생각하지 못한 채 자랐다.
목적지가 없으니 수단만 남는다.
수단만 남으면 비교만 남는다.
비교만 남으면 불안이 남는다.
하고 싶은 걸 말하면 “그거 해서 먹고 살아?”라는 질문이 먼저 온다.
먹고 사는거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욕망을 점검하는 수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여야 한다.
욕망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큰 문제가 된다.
검열이 반복되면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잊는다.
그래서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얻고도
어느 날 갑자기 허무해지고 무너지는 사람들이 생긴다.
목적지는 없었고, 수단만 쌓아왔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우리 사회는 성취를 밀어 올리는 교육은 많으나,
정서를 다루는 교육은 없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그 결과 우리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왜 분노하고 슬퍼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해야 할 것만 수행한다.
성취는 높아지는데 불안과 우울이 줄지 않는 이유,
회복탄력성이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만 강화되면 개인은 쉽게 소진된다.
OECD 국가 중 높은 자살률을 기록해온 현실 역시 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은 AI 시대다.
우리가 16년동안 배워온것은 이제 AI가 훨씬 잘한다.
그럼 인간은 무엇을 해야할까?
AI가 문제를 푸는 시대라면, 인간은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
AI가 계산하는 시대라면, 인간은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AI가 정보를 연결하는 시대라면, 인간은 사람과 사람을 조율해야 한다.
서로 다른 경험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때
그 능력은 10배가 아니라 100배, 1000배가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
정답이 아니라 관점, 순응이 아니라 조율이 더 중요해진다.
나는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되는 것의 교집합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고,
잘하는 것이 있어야 경쟁력이 생기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필요할 때 비로소 돈이 된다.
돈은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했을 때 생기는 교환 가치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읽고,
그 필요를 충족시키는 사람에게 흐른다.
방향이 맞으면 반복이 가능해지고,
반복이 가능해지면 축적이 생긴다.
축적이 생기면 수익은 따라온다.
반대로 방향이 없으면 돈을 좇아도 계속 불안하다.
수단을 바꿔도 공허만 남는다.
그 교집합이 보이면 직업은 “정답”이 아니라 “옵션”이 된다.
길이 막히면 우회하면 된다.
목적지는 같고, 수단만 바꾸면 된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AI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기는 점은
이제야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알고도 바꾸지 못했던 교육 구조를 바꿀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답을 가장 잘 맞히는 시대는 끝나고,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뭘 할 거야?”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싶어?”
그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는 순간, 미래는 보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 돈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