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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Z Feb 28. 2023

이별


작은 실랑이를 벌이다 문득 ‘그 생각’이 나면 나의 잘못을 빠르게 뉘우치고 사과한다. 친구와 관계에서 너무 마음을 주고 괜히 그랬나 따지다가 ‘그 생각’이 나면 그냥 옆에 있을 때 잘하자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도전할지 말지 고민하며 망설일 때 ‘그 생각’이 나면 그냥 한다. ‘그 생각’의 힘이 이렇게 강하다니. 알고 있었지만 역시 글로 쓰니 더 크게 다가온다. ‘그 생각’은 ‘오늘 내가 세상을 떠날 수 있다’이다. 죽음은 내가 가진 육체적 한계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만 나는 유독 죽음이 크게 다가온다.



19년 11월, 묻지마 뺑소니 사고를 당했을 때 나는 죽었다. 이후 인생은 덤이다. 내게 추가로 주어진 시간이니 더 열심히 살았다. 평소 안 하던 짓을 했다. 과감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났다. 말로 전도도 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예수님 믿으라고 말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하나님이 데려가시려면 오늘 당장이라도 눈을 감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걸 다이어리에 마구 쓰고 도전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더 살갑게 대하려 한다. 별것 아닌 일에는 마음 쓰지 않고 털어버린다. 내 귀한 시간과 마음을 쓰고 싶지 않다. 우선순위를 정한다.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게 무언가.



21 3, 대학 동기가 68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소식을 듣고 의아했다. 19 5 봤을 때만 해도 건강해 보이셨는데. 4 동안 같은 교실에서 동고동락했다. 마음이 허했다. 슬펐다. 이렇게 다시는  보게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친하게 지낸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생각해 봤다. 추억이 떠올랐다. 같이 MT 갔을  나이 신경 쓰지 않고 멋있게 춤을 추시던 , 쉬는 시간마다 먼저 자리에 앉아 책을 보며 공부하시던 , 기숙사에서 교실까지 차로 태워다 주시던 나는 어머님을 존경했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어머님처럼 살고 싶었다.  나이 때문에 뒤로 숨거나 부끄러워하는  아니라 당당하게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닮고 싶었다. 그런 그가 떠나니 먹먹했다.



이별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주어진 시간 동안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껴안고, 조금 더 사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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