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쌀쌀했던 어느 가을의 기억
아아~! 이달 부로 세브란스 병원에서 점심 식권이 사라졌다.
김밥집이든, 식당이든, 편의점이든,
병원 어디서나 화폐를 대신해 쓸 수 있었던 식권…
식권은 전공의의 애타는 욕망의 매개체이자, 희망과 행복의 메신저였다.
돈도 아니요 작고 붉은 종이 한 조각에 불과했지만,
이 병원이라는 하나의 세계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믿음을 실어 날라 왔던가?
주고받는 작은 신뢰 한 조각을 통해,
병원 안에서 '우리'라는 작은 공동체의 소속감과 포근함을 경험할 수 있었고,
소꿉놀이 같은 약속된 즐거움도 덤으로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허울 좋은 관료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병원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던 소중한 티켓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선배가, 그리고 친구가 건네 준 식권 하나에 가슴 찡했던 그 많은 추억들은,
모두 늦가을의 낙엽과 함께,
차가운 병원 바닥을 맴돌다가 사라질 것이다.
작게 번졌던 옅은 온기와 희미한 미소마저 사라진 채,
굳은 표정으로 현금과 카드를 주고받는 병원 사람들은
때 이른 겨울의 한기에 옷깃을 여민다.
전공의 때, 이 계절 즈음에 썼던 글이다.
예과 때부터 오랜 시간 함께하던 식권이 막상 없어진다 하니 많이 서운했었나 보다.
건네 받은 식권 하나에 마음 따뜻해지곤 했는데...
날이 쌀쌀해지면 공연히 예민해진다.
지난여름이 많이 덥지 않았던 것처럼,
다가올 계절도 많이 춥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