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뇌가 빚어낸 마음의 풍경
원체 듣는 게 직업인지라 하루 종일 참 많은 말과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의 말을 듣고 놀라는 때가 있다.
그들이 털어놓는 기구한 운명 때문이기도 하고,
몰랐던 (또는 외면했던) 현실을 맞닥뜨리기도 하며,
갑작스러운 정서적 표현에 따른 일차적 반응일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간혹 그냥 그 말 자체, 환자의 표현 만으로 놀랄 때도 있다.
우울증을 앓던 단정한 외모의 할머니는,
"마음속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요"라고 말했다.
법학 공부에 지친 한 고시생의 말이다
"ㅅ자가 내 몸을 파고들고, ㅁ자가 내 몸을 가두는 것 같아요"
할머니의 얼굴에도 마음속 그늘이 고스란히 드리워져 있었다.
고시생의 저 기막힌 표현은 혼자서 몇번씩 되뇌일 정도였다.
텍스트와의 끊임없는 씨름에 지쳐버린 고단한 삶이, 이보다 더 생생하게 표현될 수 있을까?
그늘진 마음에 오래가는 LED 전구라도 달아주고 싶다.
그 지친 마음들을 모두 ㄷ자에 담아서 ㅇ자안에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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