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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로 Jul 13. 2020

'표정 마스크'로 정신과 진료를 한다면?

코로나 19 이후, 정신과 진료실 풍경 2편

© 2020 Roh

마스크를 쓴 채 진료를 본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이제 좀 지친다.

눈빛 진료라 칭하며 적응하려 노력해 보았지만, 슬슬 임계치에 도달하는가 싶다.


올해 내게 진료받기 시작한 환자들의 얼굴은 아직도 잘 모른다.

나를 보는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환자들은 호전되어 치료를 종결하기도 했다.

밖에서 우연히 만나도 서로 미소조차 지어 보일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마음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슬픈 장면이다.


정신과 의사는 다양한 상황에서 공감을 표현해야 한다.

환자는 감정을 이해받아야 힘을 얻고, 치료적 동맹(therapeutic alliance)을 맺을 수 있다.

그러기에는 눈빛과 음성 (마스크로 필터링되는)으로는 한계가 있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상상을 해본다.

다양한 표정의 마스크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다면 어떨까?

레이저 광선을 쏘듯 모든 감정을 담아냈던 두 눈의 피로감은 줄어들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표정으로 담을 수 없는 미묘한 순간이 무수히 많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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