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의 냄새

사노라면

by 신순영

시댁에서 밤 늦게 올라온 후 샤워를 하고 소파에 앉아 한숨 돌리려 하는데 톡 쏘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 내가 시댁의 냄새라고 부르는 냄새, 자주 씻지 않은 몸에서 나는 냄새와 분비물로 가득찬 기저귀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
시댁에 가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바로 그 냄새였다.
냄새는 빨려고 시댁에서 가져온 아버님의 옷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아버님의 옷가지를 바깥 베란다에 가져다 놓고 베란다 문을 꽉 닫았다.
언제 빨았는지 알 수 없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겉옷을 모조리 찾아 가져온 참이었다.
일부는 드라이를 맡기고 일부는 세탁기에 돌릴 생각이었다.
시아버님은 안방 청소와 빨래만큼은 내 손을 타는 것을 불편해하셨다.
스스로 세탁기 사용법을 배워 빨래를 하신다 해서 그렇게 하게 했는데 그게 제대로 될 일이 아니었다.
시골에 내려간 후 한 번도 세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겨울 옷들을 찾아내서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내 모습에 시아버님은 무척 곤혹스러워 하셨다.
어쩔수 없었다.
몇 년간 한번도 빨지 않은 것같은 옷에서 나는 묵은내에 잘 씻지 않는 두분의 채취가 더해지고 어머님의 분비물 냄새를 흠뻑 품은 옷들에서 풍겨나오는 냄새를 나는 더 이상 견딜수가 없었다.
어머님의 분비물이 새어 나온 바지는 빨아서 햇빛에 바짝 말려도 좀처럼 그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어머님의 냄새는 벽에도 바닥에도 천장에도 아버님의 옷에도 스며들어 드디어는 나의 집까지 따라온 것이다.
나는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나는 그 냄새가 견딜 수 없었다. 씻지 않은 몸과 감지 않은 머리에서 나는 냄새가 땀냄새와 각각의 채취에 섞여 병원 특유의 냄새에 엉겨붙어 나는 냄새.
나는 늙고 병든 것을 냄새로 알겠다.

시아버님은 집안은 물론이거나와 어머님의 위생과 청결에 관심이 없으시다.
원래도 그건 어머님의 일이었지 아버님의 일이 아니었다.
어머님이 기억을 잃어가기 전 시댁은 늘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다. 걸레나 행주는 쓰고 나면 바오 삶아 말려 놓으시고는 했다.
난 절대 저렇게는 못할거야 할만큼 구석구석 쌓인 먼지 하나 없었다.
10년 넘은 옷들도 늘 새옷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고 속옷은 삶아서 늘 하얗고 보송하게 개켜있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시아버님을 위해 풀을 먹여 꾸덕하게 말려 빳빳하게 다린 모시옷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여름이 오기 전 어머님이 하는 가장 큰 일이었다. 바느질을 배우신 어머님은 시아버님이 입을 세모시옷을 직접 지으셨는데 그 솜씨가 무척 야무졌다.
아버님이 어머님이 지으신 세모시 한복을 차려입으면 그렇게 맵시있고 멋있을 수 없었다.
옷을 좋아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옷 잘입기로 소문났던 어머님은 한 때 누구보다 멋진 차림에 깨끗하고 좋은 냄새가 나던 분이었다.
지금도 옷장 안에는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옷들이 가득하지만 몇 년간 걸려 있기만 한 그 옷들을 어머님이 다시 입을 일은 이제 없다.

어머님이 기억을 잃어가며 제일 먼저 손을 놓은 것은 부엌일이었다.
평생 그렇게 자신없어 하던 일에서 놓여난 것을 나는 오히려 다행으로 여겼다.
그러나 어머님이 자기 몸에 대한 위생과 청결에 손을 놓으신 것에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것만큼은 아주 오랜 시간 후에 대면하게 될 줄 알았다.
평일에 어머님의 청결과 위생은 주간보호센터에서 맡는다.
어머님은 주중에 집에서 세수도 안 하고 이빨도 닦지 않으신다.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혹은 공휴일, 어머님이 집에 있을 때만 시아버님이 챙겨주시면 되는데 그게 안 된다.
일어나서 한 번 자기 전에 한번만 기저귀를 갈아 줘도 어머님의 옷에 변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어머님의 옷에 묻은 변은 이불에 바닥에 다른 옷에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내가 발견할 때까지 방치된다.
이제 시댁에 가면 나는 제일 먼저 어머님 기저귀부터 확인한다.
괜찮다는 아버님의 말은 듣지도 않는다.
괜찮을 리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밤새 배설한 오물로 가득한 기저귀를 벗기고 목욕을 시키고 로션을 바르고 보송하게 마른 몸에 새 기저귀를 입히고 새 바지를 찾아 입혀야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어머님을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어머님에게서 나는 냄새를 견딜 수 없는 나 자신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시댁에서 가져온 옷들의 세탁을 마치고 옷걸이에 걸어 놨다.
시댁의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일부러 좋은 냄새가 나는 샴푸를 넣어 빤 아버님의 작업복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나는 조금은 애잔하고 슬픈 기분으로 아버님의 옷들을바라봤다.
작업복으로 입는 세 벌에는 남편 회사의 로고가, 한 벌에는 둘째 시동생 회사 로고가 박혀 있었다.
갈색 골든 자켓은 어깨부분이 유독 바래고 해져있었다.
여름이면 항상 입고는 하시던 아버님의 모시옷은 올해도 옷장 안에서 빛을 잃고 창백하게 여위어가겠다.
풀을 먹여 새벽 찬 바람에 말려야 모시가 상하지 않고 오래 간다고 했는데.
이제 어머님의 일은 끝났고 어머님의 시간과 색과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아쉽고 슬퍼 나는 애먼 아버님 옷자락만 매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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