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의 두 얼굴

이탈리아 여행기

by 신순영


프랑스나 영국보다 파리나 런던이 더 궁금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나폴리도 그랬다.

어떤 곳은 그 나라 자체가 궁금해서 가기도 한다.

쿠바나 아이슬란드, 이번 시칠리아도 시칠리아 자체가 궁금했다. 딱 어떤 도시가 가고 싶었다기보다는.

파리나 런던은 그 도시가 참 궁금했다. 그 엄청난 유명세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할까?

파리와 런던 모두 몇 가지 환상이 깨지고 몇 가지 환상이 더해졌다.


나폴리도 마음속에 이탈리아의 한 도시가 아니라 그냥 항상 나폴리 그 자체였다.

영화에서 소설 속에서 만난 나폴리는 언제나 거칠면서 매력적이었다.

한 번은 가보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아니었다.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힘든 시칠리아의 소도시들 몇 개를 빼서 생긴 틈에 이탈리아 남부를 넣었다.

처음부터 계획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야 모르는 일이니.

여행자들 사이에서 나폴리는 악명이 높다.

더럽고 위험하고 소매치기 많고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경험담이 수두룩하다.

많은 여행자가 쏘렌토나 다른 도시에 거점을 두고 나폴리는 폼페이유적 정도만 보고 지나친다.

치안이 좋지 않다는 부분은 큰 부담이다.

그래서 숙소를 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

조금이라도 외진 곳은 밤에 드나들기가 위험하다는 충고를 새겨듣기로 했다.

소렌토에서 나폴리중앙역에 내려 숙소까지 10분.

큰 거리 위주의 위험하다고 할 수 없는 곳을 걸어 숙소를 가는데 거리마다 골목마다 쓰레기가 넘쳤다.

벽에는 낙서투성이에 거리에서 서성이는 남자들은 죄다 위험해 보였다.

마음에 잔뜩 경계심을 품고 누가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움찔거리며 숙소에 들어왔다.

다시 복대를 하고 핸드폰 스트렙을 걸고 밖으로 나섰다.

나폴리대성당까지 가는 게 첫날 첫 번째 목표였다.

성당을 보고 여행자거리를 걷고 가장 유명한 가게의 피자도 먹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오래 바라봤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치열하게 일하고 싸우고 부대끼며 산다.

여기라고 다르겠는가?

물가는 저렴하고 부딪치는 나폴리사람들은 친절했다.

어디나 나쁜 사람들은 있는 법이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의 고단함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오는 이 도시에서 어떤 사람들에게 삶은 매일이 전쟁이고 거친 싸움터일 것이다.

마음의 경계를 풀되 여행자의 조심성을 잃지 않으면 이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 이상 머물면 이 도시를 무척 사랑하게 될 것 같았다.

저 더럽고 거칠고 떠들썩하고 요란스러운 분위기를 한 커플만 벗겨 내면 그 아래 아주 진한 인간성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내 마음의 경계가 다 풀리지 않은 채로 떠나게 되겠지만 언젠가 다른 기회를 꿈꿔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여서 하게 된 지하도시투어.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동굴도시를 들어가 본 경험이 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무척 흥미로왔다.

그리스 로마인들에 의해 2000년 전부터 만들어진 지하터널과 방들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고 정말 지하에 도시를 건설해도 될 법한 규모였다.

처음 만들어진 자리에 다시 쌓고 만들어져 아주 오랜 세월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폴리는 지하에 거대한 또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대피소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가자지구에 만들어진 하마스의 지하세계가 조금 상상이 되었다.

어느 가정집 침대 아래가 지하세계로 통하는 입구였는데 수많은 추리소설과 고딕소설 속에 나오는 장치의 실물을 보는 기분이었다.

가이드설명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혼자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콜라주를 할 종이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숙소에 비치된 관광안내 브로셔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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