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기
폼페이유적을 방문했을 때 흐린 날씨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베수비오화산의 그림자가 어깨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눈앞의 밝은 빛에 취해 웃고 즐기고 먹고 마시고 욕망을 채우며 보낸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가능하게 했을 피라미드 아래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금. 운명에 대해서도.
내일의 운명을 안다고 해서 혹은 모른다고 해서 어쩔 수 있었을까?
베수비오화산은 여전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사람들의 삶은 그 때나 크게 변한 게 없다.
몇 시간 유적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고고학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보다 유적지가 더 좋았다.
중앙역에 가까운 곳에 숙소를 얻었는데 이곳은 서민들의 거주지역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독 쓰레기가 많고 벽에 낙서도 많이 되어 있고 소소한 물건을 파는 흑인 잡상인들도 많이 보였다.
비 와서 젖은 잔디 위에서 자고 있는 노숙자는 분명 술에 취해 있으리라.
나폴리와 마라도나의 인연은 나폴리에 와서 알았다.
마라도나에 대한 나폴리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마라도나의 골목을 찾아가면서 실감했다.
마라도나 식당, 마라도나 카페, 여기도 저기도 마라도나 사진이나 그림이 있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도 알았다.
좋아하는 선수들의 사진이나 번호를 내건 집들이나 가게들이 정말 많았다.
신기하기도 해라.
오늘 찾아간 번화가는 지저분하지 않았다.
깨끗하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파리의 어느 거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나폴리는 오래된 건물과 역사가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는 유서 깊은 도시였다.
보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는 너무 현대적이어서 운치는 덜했지만 아름다웠고 들어가는 성당마다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거리가 다 유적지고 문화유산이고 건물마다 세월과 역사가 묻어났다.
건물에 낙서만 되어 있지 않아도 나폴리는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진 도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마라도나를 만나기 위해 과감히 들어간 골목길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집집마다 널어놓은 빨래들이 깃발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빵빵 거리며 지나가는 오토바이며 장 본 것을 들고 끙끙대며 올라오는 사람들이며 어디선가 풍겨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며 모든 것이 너무나 삶에 가깝게 밀착되어 있는 풍경이라 좋았다.
모든 골목을 다 기웃거려 보고 싶었다.
6유로 하는 갓 튀겨낸 해산물 튀김을 사 들고 들어와 맥주랑 마시며 아쉬운 나폴리와 작별을 했다.
조심해서 그랬는지 위험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거리에 경찰차도 많고 사람 많은 곳에는 군인들이 나와 있다.
11월 마지막 날, 쇼핑하러 나온 사람들로 길은 인파로 넘쳐 났다. 행복한 얼굴 옆으로 불행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지나가겠지만, 평온한 일상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겠지만 악평과 호평이 공존하고 아름다움과 추함이 섞여 있겠지만 나는 나폴리가 너무 좋았다.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곳이 되게 생겼다.
이탈리아는 남편과 처음으로 같이 여행했던 나라다.
그때는 9박 10일 일정이라 남부는 올 생각도 못했었다.
이번에 남부를 여행하며 느낀 것은 새삼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매력이다. 잠시 잊고 있었다.
유럽여행의 시작과 끝이 이탈리아라는 것을.
다시 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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