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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Dec 08. 2023

바다 - 체팔루

시칠리아 여행기


시칠리라 체팔루는 영화 시네마천국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시칠리아에 온 이상 안 보고 가기 어려운 곳이다.

시네마천국을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영화의 배경은 거의 기억이 안 나고 영화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성향도 아니지만 하룻밤 묵어 가기로 했다.

흐리고 날이 꾸무룩한 날이었지만 오자 마자 마을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뒷 산 성채에 올랐다.

사람이 없어 고즈넉한 산길이 모처럼 즐거웠다.

마을로 내려와 골목길을 따라 바닷가로 갔다.

체팔루 여행 사진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아치형 출구를 나서자 마을 안 쪽의 완만하고 둥근 만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보였다.

파도는 마을의 거의 코끝까지 다가왔다 멀어졌다.

바다, 마을, 그 뒤에 높지 않은 산의 풍경이 아늑했다.

그래서였는지 이상하게 바다가 내 발목을 잡았다.

하루 더 있기로 했다.

뭔가 마음을 간지럽히는 정체를 포착하고 싶었다.

다음 날 오전에 잠깐 비가 내렸다.

그리고 반짝 해가 나타났다가 구름이 물려왔다.

그때마다 바다는 다채로운 색으로 변했다.

종일 바다를 봤다.

밥을 먹고 바닷가로 갔다가 골목길을 걷고 다시 바다로, 커피를 마시고 또 바다로,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바다로 갔다.

튀니지부터 몰타,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숱하게 바다를 봤는데 체팔루에서 만난 바다가 가장 좋았다.

아늑하고 정답고 친숙했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바다가 내게로 달려와서 안겼다.

그저 아름답고 보기 좋은 예쁜 바다가 아니라 내게로 달려와 덥석 안기는 바다여서 마음이 온기로 가득차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바다를 그렸다.

달리 다른 걸 그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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