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에 빠진 여자
그의 죽음이 매우 애석한 나는,
그래도 살았어야지. 살아서 견뎠어야지. 죽음으로 도망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혼잣말을 하다가,
살아있었다면 남의 불행을 맛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물고 뜯고 씹어댔을까 싶어 말을 삼킨다.
그래도 살아있었다면 그는 폐허가 된 숲을 빠져나왔을까?
다시는 그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뿌리내리고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웠을까?
생각하다가 부질없음에 고개를 젓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길을 잃기도 하면서 사는데
때로는 잘못 든 길이 벼랑으로 내밀기도 한다.
그러니 살아가는 일은 얼마나 무겁고 조심스러운지.
남의 불행이 쉽게 요깃거리가 되는 세상에서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