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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an 17. 2024

코끼리야 안녕?

상처 입은 영혼과 동행하기


동생은 동물을 좋아한다.

개나 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어 하지만 한 생명을 들인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고 결국 그 책임은 동생이 아닌 부모님의 몫이라 동생은 햄스터를 기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사마귀도 키우기 시작했다.

사마귀는 동생의 강한 내적 자아의 표상이다.

학창 시절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미술치료를 한 적이 있었다.

동생을 괴롭힌 아이들은 사마귀의 날카로운 이빨과 다리에 역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종종 그려졌다.


동물은 동생을 괴롭히지 않는다.

미워하지도 놀리지도 좀 이상하다고 꼬집고 때리지 않는다.

그저 다정한 위안과 안정을 줄 뿐이다.

동생이 개나 고양이 앞에 앉아 조심스럽게 손을 뻗을 때 누군가 동생에게 그렇게 손 내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읽히고 내면의 애정을 무엇인가에 쏟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읽힌다.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을 주고 싶기도 한 것이다.


코끼리 투어를 간 날, 코끼리를 보자마자 동생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코끼리에 달려들었다.

통제가 안 되어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너무 좋은데 그 좋은 마음을 어떻게 할지 몰라 동생은 코끼리 주변을 서성이며 사진만 찍고 또 찍었다.

코끼리 타기는 하지 않는 프로그램에 코끼리 몸에 진흙을 발라주고 물가에서 같이 목욕을 하는 내용이 있었다.

동생만 들어가라고 하면 우왕좌왕하기만 할 것 같아 같이 물속에 뛰어들었다.

코끼리 옆으로 끌고 가서 진흙을 바르게 하고 서양친구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할 때 같이 몸을 사리지 않고 물을 끼얹으며 놀게 했다.

동생에 입에서 신나서 지르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생이 그렇게 신나서 소리쳐 본 적이 까마득하다.

동생은 코끼리를 껴안아보고 싶어 했지만 마음만 앞서 주춤거렸다.

코끼리투어를 한 다음 날 코끼리를 볼 수 있는 카페로 데리고 갔다.

작은 코끼리를 만져보고 안아 볼 수 있었다.

사람만 오면 코로 몸을 감는 어린 코끼리는 분명 옳지 않은 방법으로 훈련되었을 것이 분명했지만 상처 입은

코끼리가 상처 입은 영혼을 안아 주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코끼리를 바라보는 마음도 동생을 바라보는 마음도 편치 않았다.

각자의 자리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옳다.

코끼리의 내면에도 동생의 내면에도 그들의 유일한 영혼이 죽지 않고 잘 살아남아 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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