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순영 Jan 19. 2024

공포 극복 도전기

상처 입은 영혼과 동행하기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매일 자극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치앙마이에서는 매일 밤 공연을 보거나 쇼를 봤다.

일부러 트랜스젠더 쇼도 데리고 가고 라이브재즈바에서 늦도록 칵테일을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동생은 이제 피나콜라다와 라임소다 정도의 칵테일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거리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밤마다 골목에는 크고 작은 야시장이 열리고 볼만한 사원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코끼리투어를 하고 호랑이를 보고 쿠킹클래스를 하고 배도 타고 치앙마이에서 동생은 매일 너무 신나고 즐거웠다.

그러나 자극과 흥분도 계속되면 어느 순간 피로가 쌓인다.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

동생뿐만이 아니라 나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중간에 람빵이란 도시를 넣었다.

강가를 따라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유서 깊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람빵은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었다.

마차도 타고 멋진 저택을 개조한 식당에서 카페놀이도 하고 강가를 따라 산책도 하며 지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매일 밤 흥분과 자극적인 즐거움에 익숙해져 있던 동생은 람빵에 오는 날부터 급격하게 우울해했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을 못하고 계속 떠나 온 곳을 생각하느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우리는 람빵에 온 첫날밤 아주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를 했다.

고민 끝에 람빵 근교에 천공사원이란 곳을 가기로 했다.

해발 천 미터 높이에 지어진 탑과 사원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대중교통이 없어 생태우를 타고 오랜 시간 달려간 후 꼭대기까지 엄청난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이었다.

자극 대신에 모험을 해보게 할 생각이었다.

동생은 한 번도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동생은 계단공포증이 있다.

생태우를 타고 올라올 수 있는 데까지 올라온 후 800미터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계단 앞에서부터 동생의 긴장 섞인 짜증이 시작되었다.

급기야 발이 꼬이면서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잠깐 온 산에 동생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다행히 가벼운 타박상으로 끝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생을 달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꼭대기까지 오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끝까지 오른 동생은 아주 천천히 아주 꼼꼼히 그리고 아주 감탄하며 풍경과 탑과 사원을 바라봤다.

천 미터가 되는 산꼭대기 위에 있다는 사실이 안 믿기는 듯 나중에는 좀처럼 내려가기 싫어했다.

동생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다시 계단을 내려오는 데는 올라갈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동생은 계단을 한 번에 하나씩 내려온다.

밑에서 올려다본 산꼭대기가 너무 까마득해서 동생은 새삼 놀라워했다.

다행히 성공적인 도전이었고 무사히 잘 끝냈다.

동생은 오래도록 천 미터 높아에서 바라본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많은 계단을 동생이 나중에는 묵묵히 차근차근 밟고 내려오던 모습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코끼리야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