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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an 16. 2024

돈의 가치

상처 입은 영혼과 동행하기

물론 돈의 문제가 있다.

돈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니겠지만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것은 분명하다.

남동생과 태국 여행을 계획한 데는 돈의 문제가 있었다.

비교적 적은 경비로 오래 여행할 수 있으리라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나의 여행경비는 남편에게서 나온다.

아이가 없고 월급을 따박따박 받아오는 남편이 있고 약간의 용기가 있는 여자라면 나처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동생의 여행경비는 자매들로부터 나온다.

이번에도 네 명의 자매들이 경비를 보탰다.

동생과 방콕에서 며칠 여행하면서 태국 물가를 너무 만만하게 봤음을 깨달았다.

입장료가 비쌌고 이름 있는 식당의 음식값은 한국 못지않았으며 싸다고 툭하면 택시를 이용했더니 그것도 적지 않았다.

치앙마이는 방콕보다 물가가 저렴하니 괜찮겠지 싶었다.

이번에는 동생이 관심을 보이는 각종 투어가 복병이었다.

쿠킹클래스도 하고 싶고 코끼리 체험도 하고 싶고 호랑이랑 사진도 찍고 싶고 배도 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다.

그 투어의 비용이 다 만만치 않다.

나는 이번에는 투어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10년 전에 다 했던 것이기도 하고 천천히 움직이며 쉴 생각을 했는데 내가 착각한 것이 있었다.

쉬는 건 동생이 매일 집에서 하는 일이다.

동생은 익사이팅하고 재미있고 신나고 흥분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일단 쿠킹클래스와 코끼리 투어를 예약했다.

타이거 킹덤에 가서 호랑이와 사진을 찍게 했다.

한 번으로 부족해서 두 번 하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걸 보더니 나도 저렇게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든 것이다.

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틀린 것 같고 남이 하는 것은 좋아 보인다.

동생이 가진 가장 큰 문제다.

곤충박물관에 가서 곤충을 만져보게 했다.

나는 더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 중이다.

투어 비 따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타이거 킹덤을 다녀온 날, 밤늦게 재즈 바의 재즈 공연도 신나게 보고 온 날, 동생은 자야 할 시간이 넘었는데도 불 꺼진 방의 침대에 앉아 오래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 참 좋았다. 호랑이도 만져 보고.

거미랑 전갈하고 커다란 바퀴벌레도 만져 봐서 좋았어.

공연도 너무 재밌어서 또 보고 싶다. “

좋았다고 말하는 동생의 뒷모습이 저렇게 아득한데 돈을 어떻게 따지랴.

여기서 쓰는 10만 원의 가치가 한국에서와 같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그래서 나는 여행 중에 들어가는 경비를 잠시 잊기로 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뭐든지 해줄 생각이다.


동생이 그린 호랑이가 얼마나 예쁜지 타이거 킹덤을 다시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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