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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ul 15. 2020

반려식물을 그린다

드로잉에 빠진 여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신 반려식물을 기르기로 했다.

채광이 좋지 않았던 이전 집은 동쪽을 향한 거실이 베란다 없이 창문만 있는 구조라 식물을 카우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몇 개의 식물이 비들 비들 말라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식물 기르기를 포기했다.

채광과 통풍이 잘 되는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면서 바로 화분 몇 개를 들였다.

얼마나 급했냐 하면 이사하는 날에 맞춰 주문한 화분이 도착하게 했다.

키 큰 움베르타와 몬스테라 한없이 사랑스러운 필레아페페가 나한테 왔다.

뒤이어 결혼기념일 선물로 호접란이 선물로 들어왔고 호접란 화분에 같이 심어져 있던 호야를 분리해서 독립시켰다.

밤이 되면 쳐져있던 잎들이 고개를 드는 멋진 마란타도 하나 들였다.

1년쯤 지나자 내 옆에는 1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화분이 생기게 되었다.

필레아페페와 호야는 거실 내 책상 위에 몇 개는 베란다에 자리를 잡았다.

하루에도 몇 번 베란다에 나가 내 초록이들과 눈을 맞춘다.

그때마다 나와는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녀석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 본다.


동그랗게 말려있던 연한 몬스테라 잎이 조금씩 펴지는 것을 지켜본다거나 봄이 되자 끊임없이 새 잎을 내는 움베르타를 보는 재미가 크다.

자꾸 새끼를 치는 필레야는 동글동글한 잎이 마음을 즐겁게 해 주고 어느 날 분홍색과 보랏빛 잎으로 나를 놀라게 한 호야도 새 가지와 새잎을 살금살금 내놓는다.


그리고 나는 가끔 넘치는 즐거움으로 내 반려식물들을 그린다.

다시 꽃대를 올린 호접란


비 내리던 어느 날의 호야

마란타

내 마음의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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