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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Jun 29. 2024

그리움

그림으로 전하는 마음


내면 깊숙이 감춰져 있는 우울의 정서를 흔드는 음악이 있다.

단순히 감상에 젖거나 센티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좀처럼 대면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음악, 이를테면 오늘 내가 우연히 듣게 된 슈만의 피아노 5중주의 2악장 같은 것.

이런 음악이 듣고 싶을 때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감상만 하겠다는 약간의 의지가 필요하다.

오늘처럼 아무 준비 없이 듣다 불쑥 수면 위로 올라온 우울의 정서는 가라앉히려면 시간이 걸린다.

대개 그 우울의 정서라는 것이 하등 쓸데없는 상념들을 불러일으켜 마음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그 쓸데없는 상념 안에 한 번도 품어 본 적이 없는 작고 연약하고 한없이 보드라우며 사랑스러운 존재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있다.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어땠을까 궁금한, 삶이 더 충만하고 행복해졌을 거라든가, 반대로 삶의 고뇌만 더 늘어났을 거라든가와 관계없이 말 그대로의 그리움이다.

생각하면 가슴속 어딘가가 쓰라린.

그래봤자 쓸데없기는 매한가지인 뿌연 진흙물 같은 감정들.

몇 년에 한 번씩 불쑥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조금 더 깊게 더 깊게.


오늘은 조금 애틋한 마음으로 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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