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무르갑을 출발해서 호록이라는 마을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사람 하나 마을 하나 보이지 않는 길을 끊임없이 달렸다.
4천 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볼 수 있는 나무 한 그루 없는 산 사막의 모습이 양옆으로 때론 웅장하게 때론 장엄하게 때론 지루하게 펼쳐졌다.
이렇게 높은 지대에 이렇게 넓은 고원이 만들어진 자연도 신기했지만 여기에 길을 낸 인간의 힘도 대단했다.
그러나 길은 차가 달릴 수 있는 길의 상태가 아니었다.
포장이 된 길은 파이고 무너지고 부서져서 차라리 포장이 안 된 흙길을 달릴 때가 더 편했다.
차는 덜컹거리고 흔들리며 시속 30킬로 이상을 내지 못하고 달렸다.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살진 마모트가 뛰어다니고 하루 30킬로 이상 걷는 목동들과 염소나 양 떼를 마주치기도 했다.
사람이 반갑기는 우리나 그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곳에서 종일 동물들과 보내는 삶에 대해 상상도 못 하겠다.
어린 목동부터 나이 든 목동까지, 삶의 직업이 목동인 사람들. 3천 미터 4천 미터가 넘는 곳에서 동물의 떼를 따라다니며 일을 하는 값이 내 여행 경비의 얼마나 될까?
생각을 깊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은 고산증세와 멀미에 종일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차 안에서 시체처럼 늘어졌다.
길의 상태는 너무 열악해서 이런 길이라면 다시는 오지 못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언덕 나무가 보이고 푸른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3천 미터 아래로 내로 오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타났다.
긴 미루나무의 숲 사이로 집들이 보였다
고산에서 흘러온 물이 거대한 강줄기를 이루고 거센 물살을 만들며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 사는 곳을 보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지대가 낮아지자 그렇게 괴롭던 고산증세도 거의 사라지고 살 것만 같았다.
나는 자연을 좋아하고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이 만든 문화유산을 보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
4천 미터 이상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은 날 늘 매료시키고 늘 설레게 한다.
그러나 사람이 없는 풍경은 허전하다.
많은 것이 있는데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풍경이 사람을 품고 있고 사람이 풍경 속에 기대어 살고 있어야 비로소 그 풍경이 살갑게 다가온다.
엔진을 손으로 돌려 트럭을 몰고 가고 소박한 가게와 순하기 그지없는 눈을 가진 개와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이제야 파미르가 정답게 느껴진다.
사람과 자연이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깝게 엮어 있는 장소에 와 있다.
이곳의 시간은 내가 알고 있는 곳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