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척박한 도시 무르갑에서 공포의 파미르 41번 하이웨이를 8시간 달려온 끝에 만난 도시 호록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강가를 따라 크고 기다란 나무가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집들이 정답게 붙어있는 모습도 좋았다.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충분히 크게 느껴졌고 없는 게 많은 곳일 테지만 필요한 건 다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이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나 만족은 얼마나 상대적인 감정인지.
파미르 하이웨이에서 호록은 가장 큰 마을이었다.
이제부터 가야 할 길에서 만날 마을들은 물도 전기도 물자도 부족한 곳이 될 터였다.
호록에서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숙소에서 묵고 근사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느긋한 밤 산책과 아침 산책을 했다.
다정하기도 정답기도 한 풍경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 어디에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과 장소가 있을 것만 같아 자꾸만 두리번거렸다.
아침에 구운 빵과 카이막을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가서 아침을 먹었다.
커다란 벽돌같이 생긴 빵은 의외로 속이 부드러웠고 신선한 카이막은 감칠맛이 돌았다.
쨈과 버터 따듯한 차와 함께 먹는 아침은 얼마나 배부르고 즐거운 일인지.
잠깐 그들의 일상 속에 들여다보며 언제 다시 올지 기약할 수 없는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