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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Dec 21. 2020

응, 그런 것 같아

드로잉에 빠진 여자

속으로만 꿈꾸는 어떤 욕망이 있는지?

남들은 모르는, 겉으로 드러나는 내가 전혀 상상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욕망.


망사스타킹을 심어보고 싶다던가

노랗게 머리를 염색해보고 싶다거나

길거리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춰보고 싶다거나

알몸으로 바닷가를 달려보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하긴 이런 것은 욕망이랄 것도 없다.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 것들이니.

그저 조금만 용기가 있으면 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좀 더 내밀한 것, 좀 더 은밀하고 좀 더 파격적인 어떤 것.

혼자만이 알고 혼자만이 상상하고 혼자만이 속으로 실현시켜 보는 것.

남들도 있겠지 나처럼?


그림을 그리다가 종이로 오리고 붙이다가 문득 내 안의 어떤 욕망과 대면한다.

사실 파격이랄 것도 색다를 것도 없지만 나만 아는 내 안의 숨은 욕망이 살짝살짝 드러난다.


이를테면 닭의 벼슬로 사람 손을 얹을 때라던가,

닭의 깃털에 사람 다리 두 쌍을 슬쩍 끼워 넣을 때,

실은 나는 무척 즐겁다.

그러면서 자꾸 내 안을 힐끔거린다.

뭐 또 다른 건 없나 탐색하면서 나도 미처 몰랐던 것들이 튀어나오기를 기대하며 설렌다.


예술이 인간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하는가? 누가 묻는다면 지금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응, 그런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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