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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순영 Aug 13. 2021

이유

사노라면


나는 시어머님을 좋아하는데 시어머님이 남편을 꼭 닮았기 때문이다.

말을 하자면 남편이 어머님을 닮은 것이겠지만 남편을 먼저 알고 어머님을 알았으니 내게는 어머님이 남편과  닮았네,  셈이다.

이런 생각이 부쩍 들기 시작한 것은 어머님의 몸을 씻겨 드리면 서다.


어머님의 살성이 남편과 똑같다.

살갗이 얇고 부드럽고 건조한 것이 남편의 몸을 만질 때와 비슷하다.

남편의 살은 축축하거나 눅눅한 느낌이 없이  보송보송하다.

땀도 많이 흘리지 않는 데다 털도 별로 없어 만지면 항상 기분 좋은 느낌이 난다.

정작 남편은 건조할  몸이 가려워 고생을 한다.

씻고 나오면 머리부터  끝까지 로션을 발라줘야 한다.

어머님을 씻겨 드리고 로션을 발라  때면  남편의 몸을 만지는 기분이다.

보슬보슬하고 맨질맨질하다.

어머님은  발도 남편하고  닮았다.

짧고 작고 오목하고 두리뭉실하고 투박하다.

 발이 매끈하고 길쭉길쭉  빠진 형태와 거리가 먼데  이런 어머님  발이 아주 예쁘다.

남편의  발도 아주 귀엽다.

남편은  사이즈가 250  된다.

 때마다 실실 웃음이 나와 자주 놀린다.

남편하고 제일 닮은 부분은 웃는 얼굴이다.

어머님은 미인이라고  수는 없지만 웃을 때만큼은 정말 얼굴이 환하게 핀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남편이 잘생겼다고 우기는 데는 바로 웃는 인상이 예쁘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치매인 지금 오히려 웃는 모습이 해맑다.

정말 아이가 되어가고 있는지 천진한 아이의 표정이다.

포장되지 않은 공포나 두려움의 표정도 가감 없이 드러나지만 꾸밈없는 미소와 순진한 웃음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슴이 찡하게 예쁘고 곱다.

어머님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주 어렸을  남편도 이렇게 웃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어머님에 대한 나의 마음은 손자 손녀를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과 비슷하다.

감히 내리사랑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어머님의 몸을 통해 남편이 나왔는데  둘이 너무 닮은 것이다. 세상 신기하고 놀랍다.


어머님을 생각하면 슬픈데 어머님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면 참 좋다.

이번에 내려갔을  어머님의 동영상을 찍어 보여드렸더니 아이처럼 즐거워하셨다.

 때마다 조금씩 동영상을 찍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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