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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차이

몰타여행기

by 신순영


튀니지 일정을 줄이고 몰타일정을 추가했다.

튀니지 날씨가 너무 더워 결정한 건데 몰타도 못지않게 덥다.

11월 이상고온 현상이 심상치 않다.

몰타로 넘어온 건 어젯밤이었다.

공항에서 쾌적한 버스를 타고 숙소를 가는데 익숙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문명의 익숙함이다.

쾌적하고 편리하고 잘 자리 잡은 시스템에 안정을 느낀다. 너무 길들여져 버렸다.


튀니지에서는 계속 싱글룸을 썼다.

몰타는 물가를 생각에 호스텔 도미토리를 예약했다.

예전에는 당연히 도미토리만 썼다. 비용을 아껴야 하니까.

싱글룸을 쓰다 보니 편하고 좋다.

비용이 들어도 써볼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나이 든 탓이다.

다행히 호스텔 도미토리에 커튼이 있다.

커튼치고 누우면 아늑하다.


오늘 바다가 보이는 호스텔 테라스에서 아침을 먹다가 화들 짝 놀랐다.

분명 속옷 차림이 분명한 란제리룩을 입고 나타난 여자 때문이었다.

검은색이었지만 디자인이며 재질이며 아웃도어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서양남자 한 명도 뚫어져라 보는 걸로 보아 일반적인 차림은 아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순간 나 자신에게 의아해졌다.

상의는 탑을 입고 하의는 바로 수영장에 뛰어들어도 될 것 같은 차림의 여자도 보였다.

아침 먹고 바로 수영을 하러 갈 모양인가 보다.

아침을 먹고 바닷길을 따라 산책하는데 다들 반바지 반팔, 절반은 헐벗은 차림새다.

튀니지에 2주 있었는데 이 갑작스러운 차이가 생경하게 느껴진다.

비행기로 겨우 한 시간 이동했는데 지구의 반대편에 온 것처럼 모든 것이 다르다.


히잡을 곱게 쓰고 남편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던 튀니지에서 만난 그녀들도 실은 얼마나 수다스럽고 웃음이 많고 호기심이 많은지 모른다.

튀니지에 있을 때 그녀들의 머리에서 히잡을, 아니 구속을 벗기고 싶단 생각을 종종 했었다.

어디서 태어나고 자라왔는지가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 지대해서 그것이 때로 나의 존재를 구속한다.

여간한 노력과 각성 없이 그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때로 그 한 가지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내 존재를 구속하는 틀로부터 벗어나려고 무진 애를 쓰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다양한 문화와 환경 속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차이와 다양성이 어떻게 하면 이 지구상에서 서로 어울리고 공존하며 살아갈까 하는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몰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익숙한 편리와 청결과 서비스를 얻은 대신 다정한 사람들의 눈길을 잃었다.

여기서는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고 난 많은 여행자들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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