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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벗었다

몰타여행기

by 신순영

몰타에 오니 한 여름이다.

한 낮 온도가 27 도라지만 지중해 햇살은 강렬하다.

대부분 반바지에 반팔 차림이고 여자들은 민소매에 원피스, 탑에 핫팬츠 차림도 흔하디 흔하다.

튀니지에서는 여자들이 꽁꽁 싸매고 다니기도 하고 햇살이 너무 강렬해 맨 살을 내어 놓으면 따갑기까지 해서 더워도 긴팔을 입고 다녔다.

내 옷차림은 여행용 알라딘 바지에 반팔을 입고 긴 셔츠를 걸친 차림이다.

튀니지에서는 괜찮았는데 몰타에 오니 나처럼 입고 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한마디로 나는 너무 많이 걸쳤다.

내가 가져온 옷의 절반은 추위를 대비한 거다.

히트텍 위아래, 긴팔 하나, 경량패딩 하나, 조금 얇은 잠바 하나, 반팔 두 개에 바지 세 벌, 그중에 하나는 조금 도톰한 바지다.

그리고 부피가 나가지 않아 가져온 민소매티가

하나 있다.

가져온 옷의 절반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오늘 나는 밑단이 고무줄처리가 되어 있는 알라딘 바지를 종아리까지 걷어 부치고 민소매티를 입고 나가기로 했다.

민소매티를 입고 거울을 보니 겨드랑이 안 쪽으로 속옷이 보이고 등 쪽으로 브래지어끈이 보인다. 흉하다.

그래서 안에 입은 속옷을 모두 벗었다.

민소매티는 검은색에 가슴 쪽에 금속장식이 박혀 있어 상관없을 듯했다.

나로서는 최대한 벗은 채로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다.

내가 어떻게 입든 상관하지 않는다.

세상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어디 반바지 파는 가게 없나 자꾸 찾아보게 된다.

사람이 환경에 따라 이렇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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