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여행기
몰타에서 시칠리아의 카타니아로 넘어왔다.
40분 날아왔다. 옆동네 가는 시간보다 빠르다.
공항에서 버스 타는 곳까지 한참 걸었다. 곧 어두워질 시간이라 헤매지 않고 숙소까지 가는 게 중요했다.
정류장에 서 있는 여인에게 방향을 물으니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태리어로 맞다고 하며 버스비까지 손가락을 써가며 알려준다.
흠… 친절한데? 속으로 생각했다.
버스를 탔다. 버스비를 내려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태리로 그냥 앉으란다.
음… 뭐지? 내릴 때 내라는 말인가?
목적지는 버스의 종착역이었다.
내리면서 버스비를 내려고 하는데 안 받는다.
버스에 탔던 5명의 승객이 모두 그냥 내렸다.
음… 뭘까?
오늘 티켓기계가 오류가 나서 티켓을 끊을 수 없는 건가?
찾아간 호스텔은 애매하게 촌스런 인테리어다.
도미토리 2층 침대는 커튼도 없고 올라갈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올라가다 침대가 앞으로 넘어질 것만 같다.
저녁 먹으러 나간 카타니아의 밤거리는 으스스할 정도로 칙칙하고 낡은 건물에 온통 낙서 투성이었다.
인적 없는 골목길을 통과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분위기다.
청소년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밤의 골목을 누빈다.
핸드폰 스트렙을 다시 꺼내야겠다.
골목 끝 서점에서 책을 넘겨보다 깜짝 놀랐다.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수위의 그림들이 책 한 권이었다.
결혼 25년이 넘는 나도 모르는 신세계를 잠시 경험했다.
흠… 재밌네 하는 생각과 동시에 웃음이 배실배실.
느낌이 왔다.
아무래도 내 취향인 것 같은.
아침에 일어나면 황금마차가 호박으로 바뀌어 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봉골레파스타는 감칠맛이 넘치고 화이트와인은 적당히 드라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