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시간동안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80세가 넘은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장소에서 만나며 함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며 고민하고 그림으로 울고 그림에 대해 고민하고, 그림 때문에 웃는 그들과 나의 그림그리기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가장 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여전히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항상 그림을 그릴 시간을 더 갖고 싶다고 대답한다. 다양한 예술 체험 활동들이 내 그림생활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하며 행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고 예술가도 참 많다. 예술대학, 예술원, 예술 중고등학교, 아카데미, 학원, 교육원, 문화센터 등 이런 저런 곳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예술을 배우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생도 그 이하의 어린아이들도 예술을 가르쳐 준다는 다양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해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예술을 공부하고 졸업하고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세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느 책에 따르면 성인 3인중 1명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고(책좀써봅시다/ 장강명/ 한겨레출판) 동네마다 미술학원이니, 음악학원이나 영재원이니 차량에 실려 아침부터 밤까지 레슨을 받으러 다닌다.
모두들 예술을 위해 소비하고 투자하고 있다.
온통 예술을 위한 나라인 듯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더 예술적인 사회가 되고 있는가?
예술교육현장에 있으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아이들을 언제부터 미술학원에 보내면 되느냐’ 였다. 미술을 가르치고는 싶은데 다른 학원들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내기가 어려우니 가장 효율적으로 단번에 스킬을 습득할 최적의 시기는 언제인제 콕 짚어 달라는 주문이다. 한번 두번 매번 같은 질문이 쌓여 갈때 마다 고민이 깊어 갔다. 이젠 질문을 받은 내가 도리어 그들에게 왜 그림을 가르치고 싶은지, 그림그리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예술이아니라 다른 것을 익히고 있는지 모른다. 예술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정한 예술가는 만나기가 어렵다. 음악가는 음악만을 알고 무용가는 춤만을 알고, 화가는 그림만 그리는.
그렇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다. 스킬을 배우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10시간씩 연습을 10년에 걸쳐서 한다고 해서 이제 예술가가 된 것일까? 글쎄?
예술에는 문학, 음악, 무용, 미술이 한꺼번에 녹아 있다. 온몸으로 예술을 접하다 보면 감각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넓은 포용력으로 예술을 경계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 하다. 그런 후에 우리의 잠재의식이 깨어나고 우리의 예술에 대한 의식이 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