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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Jan 12. 2023

우리의 극장에 새 필름은 언제 들어 올까

페스트_알베르 까뮈

 지금 우리 곁에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영화가 있다.

우리의 극장에 새 필름은 언제 들어올까




 주말 아침 독서 모임이 열린다.

 주말 아침의 분주함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도 빠진 인원 하나 없이 모두 참석했다. 이번에는 알베르 카뮈의 장편소설 「페스트」를 읽고 만났다.

 

 「페스트」의 무대는 ‘오랑’이라는 도시다. 어느 날 의사 리외는 진료실 앞 계단에서 죽은 쥐 한 마리를 발견한다.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죽은 쥐를 발견한 이후로 도시 곳곳에서는 죽은 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 반면 점점 사라져가는 고양이들. 리외는 도시의 소란을 조용히 느끼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중세시대를 휩쓸었던 페스트를 떠올리며. 하지만 여전히 도시는 평온해 보였고 사람들은 무감각했다. 그저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고 현상을 직시하기를 거부하며 사업을 계속하고 여행을 계획한다. 리외는 목격한다. 도심 여기저기에서 떼를 지어 몰려나오는 쥐들,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 그리고, 병원 수위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곳곳에서 비슷한 증세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리외는 페스트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능한 관료들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방관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나서야 결국 오랑은 봉쇄되기에 이른다. 시민들은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된 것이다.    


토독토독토독_독서모임


 _아! 그랬지, 우리도 그랬지, 처음에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소동쯤으로 여겼잖아요.

 _설마 하며 안일하게 생각했었죠.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기에만 급급했고요.

 _그랬죠, 그 또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거겠죠. 전 세계가 연결된 지구촌에 살면서도.

 _그래서 역사는 진보하는 게 아닌 반복되는 것이라고 하나 봐요.     


 페스트는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뒤덮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개인의 운명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었고, 페스트라는 집단적인 사건과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감정만 존재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별과 유배의 감정으로 거기에는 두려움과 반항심이 내포되어 있었다. p.199

 그리고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에서는 인물들의 열전이 펼쳐진다.


 사회의 안일함과 무지에 경종을 울리려 애쓰는 의사 리외

 오랑시에 방문했다가 격리되고 탈출을 시도하는 기자 랑베르

 신이 사악한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라고 역설하는 신부 파늘루

 환자들을 돕기 위해 백신 개발에 애쓰는 카스텔

 혼란함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보려는 범죄자 코타르  


마침내 사람들은 전염병이 끝났다고 환호한다.


 도시에서 올라오는 환희의 외침을 실제로 들으며, 리외는 그러한 환희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 올렸다. 기쁨에 젖어 있는 군중은 모르고 있지만,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 즉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수십 년 동안 가구나 내복에 잠복해 있고, 방이나 지하실, 트렁크, 손수건, 낡은 서류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다는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P.360
 

이 책은 절묘하게 지난 3년간 우리의 시간을 돌이켜 보게 한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기만 했던 실수들,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텅 빈 느낌, 안타깝지만 할 수 없었던 시도들, 과거로 되돌아가 시간을 거스르고 싶은 부질없는 공상들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 속 끝나지 않는 고통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시간이다.


거의 끝나가는 걸 거야 하며 스스로에 주문을 걸며 살얼음 위를 걷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2019년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나아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각자의 마음 속에 한가지 질문을 받은 채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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