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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Jan 19. 2023

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
자랑스러운 전쟁 훈장으로 가슴 전체를 수놓은 이도 있다.
그들은 모두 남자 군인들이다.
여기, 전쟁에서 받은 훈장을 버린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200여 명의 소녀 병사들을 인터뷰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이다.   

(전쟁은 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문학동네)

  

 몇 해 전 뉴스를 통해 한국전에 참전했던 UN군 군인들이 한국을 방문한 소식을 접했다. 공항 입국장을 들어서는 그들의 모습에 잠시 마음이 울컥했다. 한국전에서 잃은 한쪽 다리 때문에 목발을 짚기도 하고 한쪽 팔이 없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휠체어에 의지해 들어선다. 인터뷰하는 내내 그 모습과 말투에서는 평화를 위해 기꺼이 전쟁에 참전한 소회와 자신들이 지켜낸 가난한 나라 한국의 발전된 현재를 칭송했다. 전쟁에서 우리를 위해 싸워 준 그들의 희생이 감사하고 그 마음이 존경스러웠다. 늠름한 군인이었던 그들은 이제 노쇠했지만, 가슴에 걸려있는 훈장은 여전히 아름답게 반짝인다. 자랑스러운 전쟁 훈장으로 가슴 전체를 수놓은 이도 있다. 그들은 모두 남자 군인들이다.


 여기,
전쟁에서 받은 훈장을 버린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사랑한 조국의 평화를 위해 싸웠고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들은 참전의 영웅담을 숨겨야만 했다. 전쟁에서 훈장을 받을 만큼 영웅담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에게 참전은 오명으로 남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남은 것은 참전한 군인으로서가 아닌 전쟁을 겪은 모진 운명을 온몸에 얹은 상처 입은 여자의 모습이었다. 여자들의 참전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쟁에 여군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전쟁은 여자랑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나라면 그 전쟁에 나갈 수 있을까?
전쟁보다 전쟁을 겪지 못한 사람들의 편견이 더 힘들었을 거 같아요.
왜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거죠?     


우리는 이렇게 그녀들의 편에 서 보다가 다시 사회적 인식으로 돌아서 본다.     


_여성 없이는 이길 수 없었음에도 남자들의 무용담으로 점철된 전쟁의 역사에 화가 났어요. 기껏해야 인심 쓰듯 조력자로만 표현하잖아요.


_맞아요! 하지만 최소한 이 전쟁은 그렇지 않았어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었어요.여자병사들의 역할이 대한 했음에도...


_전쟁 중 여자는 약탈의 대상이잖아요. 지금 일어나는 전쟁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들려 오고요. 끔찍하네요!


_전쟁의 참상을 우리는 알지 못하죠. 그래서 전전 세대와 전후 세대를 나누는 말이 있나 봐요. 우리가 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는지….


_아마도 남자들은 싫어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겠죠. 그런 부분을 발굴하고 기록해준 작가가 정말 고맙습니다.     


 전쟁 이야기는 인기가 있다.
기록되지 않으면 역사가 되지 못한다.


전쟁은 영화로도 책으로도 그림으로 무한 반복되며 묘사되고 서술된다. 그 서사 속에는 영웅담도 패배의 눈물도 있고 승리의 쾌감도 있기에 여전히 팔리는 것이리라. 그렇게 우리는 무심코 전쟁의 이야기를 읽는다. 그런데 전쟁 속 사병으로 참전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기록되지 않으면 역사가 되지 못한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 할지라도 기록되지 않는다면 역사가 되지 못한다. 전쟁 속의 영웅담도 전쟁 속 승리자도 패배자도 모두 남자였음을 기억하는가.

 이 책은 참전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한국은 전쟁 위험 국가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을 모른다. 전쟁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소름이 끼치는 공포를 되새겨보는 시간이었다. 다음 책은 전쟁 이야기가 없는 책으로 골라야겠다고 입을 모은다.

  전쟁없는 세상에서 모두 행복하기를


 한국은 전쟁 위험 국가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을 모른다.
전쟁 없는 세상에서 모두들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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