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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Feb 03. 2023

그림책은 오감을 작동시킨다

봄의 원피스/이시이 무쓰미/ 주니어김영사

 그림책은 오감을 작동시킨다.


 어느새 2월이다.

 겨울은 이제 지나갔을까. 겨울이 어디까지 갔을까. 하늘을 올려다본다. 봄의 기운을 찾으려 애쓴다.

 그림책을 펼쳐든다. 이내 산들산들 봄바람이 분다. 향긋한 제비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온다.


아기 토끼 사키는 봄바람에 이끌려 숲 속 양장점으로 향한다. 나무마다 새잎을 터뜨린 연두 빛 숲길을 걷는다. 숲 속 양정점에 도착한다. 재봉틀을 돌리던 미코 아줌마는 사키를 반갑게 맞이한다.


 ‘사키야, 어서 와. 기분이 좋아 보이네.’
‘봄이 오니까 봄 원피스가 입고 싶어 져서요’
‘어떤 원피스가 좋을까. 먼저 사키 기분을 알아야겠지.’


 하며 미코 아줌마는 원피스를 주문하는 사키에게 질문을 시작한다.

 

 둘은 먼저 봄은 어떤 색인지 함께 떠올려본다. 봄에는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봄에 만나고 싶은 동물은 누구인지 묻는다. 그리고 사키가 느끼는 봄의 오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키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을 받는다. 미코 아줌마는 사키에게 봄의 느낌, 감정, 색깔, 소리, 향기에 대해 물으며 사키의 상상 속 봄의 이미지를 이끌어 낸다.


 사키가 생각하는 봄은 겨울에 만나지 못한 두더지와 개구리를 만나고, 바람에 보리가 흔들리는 소리다. 들에 핀 개양귀비꽃 향을 맡으며 들판을 걷고, 시냇물 속 반짝이는 돌멩이를 만지는 것이다. 그리고 빨간 나무딸기를 맛보는 것이다. 사키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봄이 미코아줌마의 질문을 통해 구체화되고 눈앞에 잡힐 듯 이야기를 통해 그려진다.


사키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봄이 미코아줌마의 질문을 통해 구체화되고 눈앞에 잡힐 듯 이야기를 통해 그려진다.


 둘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 이야기 사이사이에 나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내가 좋아하는 봄의 이미지는. . .하며 내 이야기를 덧붙인다. 나를 다시 바라본다. 무언가 기억을 끄집어내다가 책 읽기를 잠시 중단한다. 이 짧은 중단은 매우 중요하다.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에 나의 경험을 새기다 보면 나만의 즐거움이 샘솟기 때문이다. 즐거운 기억이 새겨진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풍이나 생일파티란 말만 떠올려도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날 밤, 드르륵, 드르륵 사키의 말들을 떠올리며 양장점의 재봉틀이 돌아간다. 미코 아줌마는 사키와 대화를 차근차근 떠올려본다. 어느새 사키가 그리던 봄의 원피스가 완성되었다. 사키가 상상하는 봄의 느낌을 형상화한 작품이 완성된 것이다.


 사키가 입고 빙그르르 돌며 보여주는 원피스를 보며 내가 상상한 봄의 이미지와 비교해 본다. 아하 사키는 이런 봄을 원했구나. 봄의 원피스를 입고 내딛는 사키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시이 무쓰미 작가의 그림책 ‘봄의 원피스’는 옷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읽는 이의 오감을 깨우는 그림책이다.


 질문을 통해 봄의 느낌을 상상하게 하고 그림으로 표현된 다양한 사물들을 통해 나의 취향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직이 중얼거려 본다. 나는 어느새 그림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주인공을 따라가며 바라보고, 반복해서 읽고, 들여다보고, 그림 속 세상을 쓰다듬는다. 그림책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던져준다. 그림과 글, 종이의 질감, 색으로 오감을 한껏 사용해서 그림책 세상을 읽는다. 그렇게 나를 알아간다.


내 마음에도 마침내 봄이 찾아든다. 그림과 글이 함께 하여 눈과 귀와 촉감으로 내 몸에 파동을 일으키는 그림책은 오감을 일으키기에 가장 좋은 매체다.


  읽고 나니 아이들이 상상하는 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떤 것을 골라 봄의 원피스를 완성시킬까 알고 싶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행복한 질문을 던져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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