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알림음, 익숙해진 고통

by 온결

아내와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난다며 드러누웠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장딴지가 아니라 발바닥에 난다고 했다. 난 빨리 발을 잡고는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내는 통증이 심한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른다. 옆에서 TV를 보고 있던 딸이 놀라 엄마를 쳐다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내가 통증이 가셨는지 입을 열었다. 얼마 전부터 계속 이런 일이 있었는데 고혈당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반대쪽 다리는 혈관이 터져 있는 상태였다.


아내가 말하길 며칠 전부터 다리에 통증이 있었는데 나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래서 참았는데, 오늘 보니 혈관이 터져 있다고…. 그러고 보니 아내에게 말마사지를 하지 않은 지 오래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언제였더라?


“해 달라고 말하지 그랬어.”


미안함에 그저 한마디 던졌다.


“신랑도 일이 힘든데 피곤한 것 같아 보여서 말할 수가 없었어.”


“요 며칠 동안 밤마다 고혈당으로 기계가 울리는데도 신랑은 못 일어나던데.”


“얼마나 피곤하면 소리도 못 들을까 하는 생각에 말을 못 했어.”


할 말이 없는 난 그냥 웃으며 아내의 발을 주물러 주었다.


내가 피곤해서 정말 소리를 못 들은 것인가? 아니면 익숙해져 그냥 잊고 잠이 든 것인가? 아내는 췌장이 멈춘 1형 당뇨 환자이다. 23년도에 갑자기 발병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1형 당뇨라고 한다. 그것이 아내의 병명이다. 그렇게 아내의 병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매일같이 수시로 찾아오는 고혈당과 저혈당으로 인해 아내는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밥 한 숟갈 먹었다고 혈당이 300을 찍어 버린다. 혈당 주사를 맞으면 처음엔 아무 반응이 없다. 그렇게 2~3시간이 흐르면 갑자기 100에서 80으로, 그리고 다시 50, 40으로 혈당이 곤두박질친다. 이런 일이 매일매일 반복되었다.


혈당이 높으면 다리에 혈관이 터지고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그러다 쥐가 나게 되고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다시 저혈당으로 내려가면 머리가 깨질 것 같다며 머리를 부여잡고 이리저리 뒹군다. 그러다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는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호소하며 일어나지 못한다. 빨리 뭐든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탕 또는 음료를 먹이려고 하면 넘기지 못하고 토했다.


우리는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해 급하게 119에 신고하면 구급대원들이 와서는 아내의 상태를 살피고 링거를 놔주고는 더 이상 할 게 없다며 다시 돌아간다. 그것이 다다. 병원에서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라고 한다.

그때부터 딸에게 엄마에게서 신호음이 들리면 바로 혈당 상태를 확인하고, 고혈당이면 주사를, 저혈당이면 사탕과 음료를 준비해 엄마 옆에 두고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엄마에게 계속 말을 시키도록 교육을 시켰다.


“엄마 괜찮아?”


“119 신고할까?”

를 반복하도록.


난 그런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무력함을 느꼈다. 그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마음먹고 대한적십자 응급구조사 과정을 교육받았다. 그 과정에서 심폐소생술을 위해 10분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마다 달리기를 통해 기초 체력을 키웠고, 주말이면 등산을 다니며 나의 저질 체력을 키웠다.


매일 밤 찾아오는 알림음. 나와 딸은 자다가도 그 소리에 일어나 수치를 확인해야 했고, 딸은 눈을

뜸과 동시에 엄마가 숨을 쉬는지 손을 코에다 가져다 대며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생활을 하며 아내 또한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없는 음식을 직접 먹어 보며 자신의 상태를 체크했다. 마치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테스트하듯이 이 음식은 먹으면 수치가 얼마까지 올라가고, 또 몇 시간 후 떨어지는지를, 그리고 날씨에 따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혈당을 보며 자신만의 데이터를 만들어 가며 그렇게 아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많은 데이터가 쌓여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아내의 알림음을 듣지 못하고 아침까지 잠을 자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난 그것이 아내가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니 괜스레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런 아내의 발을 계속해서 마사지해 주었다.


‘내가 부인을 귀찮아하거나 덜 사랑해서가 아니야.’

할 말이 없는 난 그저 아내의 발을 다시 주물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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