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 다른 말

말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

by 전온유

식탁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남편이 있습니다.

숟가락을 옮길 때마다 음식이 식탁 위로 떨어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배우자의 얼굴이 점점 굳어집니다.

“어른이 되어서 왜 맨날 밥을 흘려요?

그러니까 애들도 그대로 배우는 거죠.”


남편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게 그렇게 큰 문제야?”


결국 저녁 식탁은 식사 자리가 아닌, 다툼의 자리가 됩니다.

다른 집의 저녁 풍경도 비슷하게 시작됩니다.

식탁에 앉은 남편이 밥을 흘립니다.


배우자는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왜 자꾸 흘려요. 조금만 조심히 먹어요.

식탁이 지저분하잖아요.”


남편은 웃으며 대답합니다.

“당신이 해준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오나 봐요.”


잠시 멈췄다가 덧붙입니다.

“회사 직원들 식사할 때 보니까

휴대용 앞치마도 팔던데, 나도 하나 사줘요. 예쁜 걸로”

그 말을 들은 배우자는 피식 웃습니다.


“아, 딴소리 말고 밥이나 먹어요.”


상담 현장에서 실제로 들었던,

같은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대화를 나눈 두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행동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음식을 식탁에 흘린 사실도 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말의 내용과 서로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흔히 *심기일전(心機一轉)*이라는 말을 씁니다.

기존의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말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언기일전(言機一轉).

익숙하게 반복하던 말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어보는 일입니다.


관계는 거창한 말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작은 상황에서 던진 한 문장,

비난이 아닌 요청,

지적이 아닌 유머가

관계의 전개를 바꿉니다.

말은 감정을 싣고 흐르고,

그 흐름은 관계의 방향을 바꿉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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