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분리의 연습

by 온아

올해 초 설 연휴, 나는 시댁과 선을 긋고 처음으로 남편과 아이 둘만 사천 시댁에 다녀왔다.

아이와 처음 떨어지는 불안감, 보내기 싫은 마음이 겹쳐서였을까.

가는 날 기차를 예약한 남편의 불분명한 시간 알림과 서울역에 도착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 분노가 일었다.


시댁과 본인 일정이 우선이고, 나와 아이는 배려하지 않음에 아이의 짜증과 보챔이 겹치니 감정은 금세 폭발했다.


남편도 아이를 데리고 먼 길을 가야 하니 나름의 긴장과 억울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고 '차라리 혼자 다녀오지'란 서운함이 앞서 마음 편히 보내주지 못했다.


첫날밤, 집은 낯설 만큼 조용했다.

TV 소리는 웅성거림처럼 들렸고, 폰을 만지작거리다 아이 사진만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밀려드는 공허함을 막을 수 없었다. 빈 둥지 증후군이란 게 이런 걸까.


둘째 날엔 조금 달랐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미용실에도 들렀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읽고 싶던 책을 읽다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벌써 아이가 돌아올 시간.

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 한 시간 넘도록 서서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게이트 문이 열리고, 아이가 보이자 울컥한 나는 달려가 안았지만 잠에서 덜 깬 아이는 무덤덤했다.

“보고 싶었어. ○○이는 엄마 안 보고 싶었어?”

내 물음만 허공에 둥둥 떴다.


남편 말로는 내려가서 단 한 번도 엄마를 찾지 않고 잘 놀았다 했다. 분리불안은 아이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던 모양이다.


서운함도 잠시.

그날 이후,

"○○아, 엄마 화장실만 좀.."

"싫어. 가지 마~"

아이는 나와 밀착 상태로 떨어지려 하지 않고 밤에도 잠들지 않으려 버티길 몇 날 며칠.

"○○아, 자는 게 무서워? 왜 자기 싫어?"

"자면 엄마 회사가잖아."

마냥 놀고 싶어 안 자는 줄만 알았는데, 아이의 답에 마음이 덜컹거렸다. 아이도 엄마와 처음 떨어졌던 시간이 많이 불안했구나.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남편은 언제 어떻게 갈지 미리 얘기해주었다. 지난번과 동일하게 기차-비행기여서 나는 비용이 조금 부담되더라도 왕복 비행기를 권했다.

아이도 남편도 편할 테고, 픽업을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도 서울역의 밀도 높은 복잡함 보다는 공항이 나았다.


오늘(5일) 새벽, 아이를 깨워 공항으로 데려다주며 말했다.

“○○아 할아버지, 할머니 만나 신나게 놀고 와~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엄마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네!!”


지난 설 이후, 다사다난한 몇 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남편은 나를 더 이해하려 애썼고, 아이는 한 뼘 더 자라 있었다.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 문득 든 생각.

아... 하루만 더 있다 오면 좋겠다.


조금은 쓸쓸하지만,

나도 아이에게서 조금씩 독립하고 있다.




아이에게서 독립해 더 단단해질 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로 활용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06 답 없는 고민, 그럼에도 오늘